고려아연 이사회가 열린 지난달 10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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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1월 7일 16시 2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이 2년 간 보유해 온 한화 주식 전량을 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한화에너지에 넘겼다. 반대로 한화그룹이 들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가치는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대규모 부채를 일으키는 바람에 한화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입장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한화 주식 543만6380주(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대금은 1519억원이다. 지난 2022년 11월 자사주 맞교환 형태로 지분을 취득한 지 약 2년 만이다. 당시 고려아연과 한화는 지분 가치를 1568억원으로 평가하며 자사주를 교환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7.25%를, 한화가 고려아연 지분 1.2%를 보유하게 됐다. 이전에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취득한 주식까지 합치면, 한화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총 8.08%에 달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지분을 ‘싸게’ 되사면서 승계 구도를 굳히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번에 한화 주식을 되산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3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어 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한화에너지는 지주사 한화에 대한 지분율을 14.9%에서 22.16%로 높였다. 김승연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55.83%가 됐다.
표면적으로 양사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한화 지분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는데, 마침 고려아연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살펴보면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현금이 유입된 것 외엔 그다지 이득을 보지 못한 거래다. 2년 전 1568억원에 산 주식을 1519억원에 되팔았으니, 3%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양사는 “거래 전일(11월 5일)을 기준으로 과거 1개월 가중평균주가를 적용해 처분 단가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한화가 상장사이기에 나름의 근거를 갖고 가격을 결정한 것이다.
반면 한화그룹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가치는 2년 만에 약 8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었다. 2022년 8월 한화H2에너지USA가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5%를 4717억원에, 한화임팩트가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88%를 1689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한화가 자사주 맞교환 형태로 확보한 지분 1.2%의 가치는 1568억원이었다. 한화그룹 전체로 볼 때 총 7974억원을 들여 고려아연 지분 8.08%를 사들인 셈이다. 당시 고려아연 주가가 40만원대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재 한화그룹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한다.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면서 주가가 120만원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앞으로도 고려아연 지분을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분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딜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는 지난 7월 시가보다 8%가량 할증된 가격으로 한화 주식을 공개매수하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든 우상향할 가능성이 큰 종목인데, 부채 1500억원을 갚자고 지금 매도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부채 상환에 2조3000억원을 사용하겠다며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의 정정신고 요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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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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