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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어물쩍 넘어가려” “파국 부르는 담화”...윤 회견에 시민들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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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시민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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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너무 실망스럽네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1시간 정도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이관영(64)씨의 평가였다. 이씨는 “의혹과 정황이 많이 나왔는데, 답을 회피하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나왔다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시작된 오전 10시께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전 앞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갈등의 해소, 대통령의 진정성 담긴 사과를 기대하는 민심이었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대합실 텔레비전에 눈을 고정하고, 귀에는 생중계가 나오는 이어폰을 꽂을 정도로 열중한 시민도 적잖았다. 윤 대통령이 말머리에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자, 시민 김아무개(50)씨는 “사죄하는 모습 같아 보인다”고 반색하면서도 “정말 사죄인지 아닌지 이후에 하는 말들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구심을 표하는 시민이 늘어갔다. 김아무개(57)씨는 “또 위기를 벗어나려고 잠시 딜레이(지연)시키려는 걸로 들린다”며 “옛날 같으면 (의혹이) 한건만 나와도 아주 큰 사건이었는데, 지금은 큰 사건이 너무 많으니까 관심 자체가 없어지는 듯하다. 이런 정치에 내성이 생길까봐 미래 세대가 불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100여명 정도였던 대합실 텔레비전 앞 시민 수는 오전 11시를 넘어서며 30명 안팎으로 줄었다.



각자의 일상에서 생중계로, 언론 보도로 2시간20여분 동안 대통령 말을 접한 시민들도 특검 수용 등 구체적 해법 없는 공허한 사과, 그리고 부인으로만 일관한 해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기자회견을 봤다는 직장인 강아무개(37)씨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부터 로비 전화가 쏟아질 게 뻔한데, 초선 의원 전화 받는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부분에선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반성이 없어 보였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 선동이라 하고, ‘앞으로 부부싸움 많이 해야겠다’고 하는 말은 대통령 담화가 아니라 사랑꾼 남편 발언 같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뉴스를 쫓으며 대통령 담화를 봤다는 대학생 이시헌(24)씨는 “이번에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겠지,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겠지 기대했는데 어물쩍 넘어가려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며 “김건희 여사 의혹이 계속 나오는 마당에, 떳떳하다면 왜 계속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날 주요 시민단체들도 대통령 담화 직후 입장을 내어 각종 의혹 제기와 지지율 하락에도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 담화였다고 박한 평가를 내놨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허물고 파국을 부르는 담화가 아닐 수 없다”며 “50%가 넘는 국민이 하야와 퇴진,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인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대처는 ‘국민 여론에 떠밀려 사과는 하지만 나는 내 갈 길 가겠다’였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해명이 대단히 미흡한 만큼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가 설치가 필요하다”며 오히려 특검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윤아웃(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게 사과냐”고 되물으며 “이건 사과가 아니다.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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