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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100% 똑같다” 폐배터리, 새제품처럼 복원…신기한 이 기술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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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연, 저비용·친환경 재활용 공정 개발

헤럴드경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폐배터리 양극재를 복원 용액에 담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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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폐배터리를 새제품과 100% 동일한 상태로 복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우중제 박사 연구팀이 사용이 끝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재를 값싸고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양극재란 배터리가 충·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역할을 하여 전기를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다.

최근 전기차와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사용이 끝난 폐배터리의 처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2040년에는 노후 전기차가 4천만대 이상으로 늘어나 폐배터리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터리에 포함된 금속 성분이 토양, 수질에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재활용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에는 주로 배터리를 분쇄한 뒤 화학물질 반응을 통해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유가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과정 중 고농도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폐수가 발생하고 고온의 용광로가 필요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이산화탄소까지 배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적 변화 없이 기존 소재를 회수하고 초기 상태로 복원해 사용하는 직접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직접 재활용 기술도 고온, 고압의 조건에서 수행되며 공정 과정이 복잡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기존 재활용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공정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폐양극재를 직접 재활용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상온, 상압의 조건에서 폐양극을 복원 용액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리튬 이온이 늘어나 충·방전이 가능한 상태로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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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용액에 담지된 폐배터리 양극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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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복원 용액을 활용한 갈바닉 부식이다. 갈바닉 부식이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전해질 환경에서 접촉할 때 두 금속 중 하나의 금속이 먼저 부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때 한 금속이 희생해 다른 금속을 보호하게 되는데 연구진은 이를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용했다.

복원 용액에 포함된 브롬은 폐배터리 내의 알루미늄과 접촉해 자발적인 부식을 유도한다. 이후 부식된 알루미늄에서 음전하를 띠고 있는 전자가 방출돼 폐양극재로 전달된다. 이때 폐양극재는 전하의 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복원 용액에 포함된 양이온인 리튬 이온을 받아들이고, 리튬 이온이 늘어남에 따라 초기 상태로 복원되는 원리다.

연구진은 개발된 기술의 성능 시험을 통해 폐배터리의 용량이 신품과 동일하게 복원되는 것을 확인했다.

우중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온 열처리나 유해 화학물질 없이 폐양극재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의 직접 재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 저감 및 자원 순환 경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10월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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