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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협상·한미일 협력 ‘판’ 흔들린다 [트럼프의 귀환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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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정책 “애니싱 벗 바이든”

한미동맹도 비즈니스로 접근

트럼프 “조선 협력”, 비용부담 ↑

대중국 견제 동참요구도 부담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한미간 안보동맹과 북미관계 등의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짧은 임기에서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실리를 중시하는 외교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을 부정하고 차별화를 두는 ‘ABB’(Anything But Biden)가 될 전망이다.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비롯해 한미일 3각 협력 체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도 비즈니스...韓 비용부담 커질 듯=양자 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동맹을 대하는 만큼,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공연하게 한국에 대해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칭했다.

당장 7일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런 기조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미 동맹이 안보와 경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 간에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곧바로 조선업에 대해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의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고, 이 분야에 대해서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밝혔다.

한미는 지난달 초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타결했다. 현행 11차 특별협정에 적용 중인 국방비 증가율 대신, 기존 8~9차 특별협정에 적용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사용하기로 하고, 또한 연간 증가율은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협정이 적용되는 최초년도인 2026년 총액은 1조5192억원이다.

한미는 4일 제12차 SMA서명식을 개최했다. 우리 정부는 국회 비준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돼 원칙적으로 재협상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낼 것”이라며 “한국은 머니 머신(현금인출기)”라고도 했다.

방위비분담금 재협상뿐만 아니라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시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SMA 항목에 포함해야 하며, 기존 금액의 5배 규모인 연간 50억원 달러 이상을 요구한 바 있다.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분담금은 분담금대로 요구하지만, 지금까지 상시 전개된 전략자산 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청구서를 내밀고, 그렇지 않으면 ‘전쟁게임(연합훈련) 안 할거야’라고 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의 지향은 ‘보상심리’인 것 같다. 경제분야에서는 관세를 통해, 정무 분야에서는 방위비분담금과 여러 분업체계를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협력 흔들...대중국 견제 동참 요구도 부담=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외교성과로 꼽히는 한미일 3각 협력의 고리도 트럼프 당선인 집권 후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공을 들인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3각 협력에 대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러한 협력이 캠프 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1기 재임기간 동안에 한미일 간의 협력을 잘 다져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답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3국 정상은 연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당선자에 따라 시기와 장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선거 결과가 나오면 바이든 행정부가 생각을 정리해서 일본과 한국과 논의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이 일치하는 외교정책은 대중국 견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대중국 견제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 대중국 견제 정책에 동참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애니싱 벗 바이든”...소다자 체제에서 양자로 회귀=2001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후 전임인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부정하며 차별화되는 정책을 ‘ABC’(Anything But Clinton)로 일컬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정책도 바이든 1기 행정부의 모든 것을 뒤 한마디로 ‘ABB’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다자외교보다는 양자 외교로 갈 것으로 보이고, 대중국 견제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하게 가면서도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 분야에서도 이해타산이 맞으면 유연해질 수 있어 거래(deal)을 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과 트럼프 당선인은 이른 시일 내에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통화 이후는 양 정상의 회동이 있고, 미국에 백악관과 주요 참모진이 인선된 이후에 정책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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