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유일한 람사르습지인 ‘장항습지’의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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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의 유일한 ‘람사르 습지’인 고양 장항습지를 뒤덮은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염된 습지에서 말똥게, 오리, 왜가리 등 야생동물이 플라스틱을 비집고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생산·소비·폐기까지 전 과정 관리할 국제협약을 논의하는 회의가 오는 25일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7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발간한 ‘2024 한강하구 플라스틱 조사’ 보고서에서 “한강하구의 유일한 람사르 습지인 고양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쓰레기 98.5%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고 밝혔다. 단체는 장항습지가 서울을 비롯한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육상쓰레기가 해양으로 이어지는 관문으로, 도시 쓰레기의 특성을 파악하기 적합한 장소로 보고 조사지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대만·홍콩에서 각 지역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조사하는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동 조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람사르 습지는 유네스코 후원으로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체결된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일명 람사르 협약)에 따라 생태적 중요성이 인정된 습지를 말한다. 물새·어류의 번식, 멸종위기종 서식, 생물다양성 등을 고려해 정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394곳이 등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6곳이 지정돼있다.
그린피스가 드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고양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98.5%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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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지난 8월 드론으로 살펴본 결과, 경기 고양시의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총 4006개였는데 이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3945개로 98.5%에 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서는 스티로폼 포장재가 3237개(82.1%)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플라스틱병이 605개(15.5%)로 뒤를 이었다.
이곳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포장재는 주로 신선식품 배달용 포장 상자나 수산물 상자 등으로 쓰였던 생활 폐기물로 추정됐다. 잘게 쪼개지는 소재의 특성상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굴이나 김 양식용 부표로 쓰였던 폐기물이 주를 이루는 해안 쓰레기와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했다.
플라스틱병은 대부분 생수병이나 페트(PET)병이었다. 조사된 605개 플라스틱병 가운데 브랜드 식별이 가능한 33개를 살펴본 결과,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그린피스가 지난 4년간 진행한 ‘플라스틱 배출 기업 조사’ 결과와 매우 유사하다. 단체가 2020~2023년 국내 플라스틱 배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70% 이상이 식품 포장재였으며 이 중 음료 표장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
한강하구 유일한 람사르습지인 ‘장항습지’의 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장항습지는 멸종위기 1급 저어새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8월 장항습지의 쓰레기 사이에 서 있는 왜가리.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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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병은 대부분 생수병이나 페트(PET)병이었다. 조사된 605개 플라스틱병 가운데 브랜드 식별이 가능한 33개를 살펴본 결과, 롯데칠성과 코카콜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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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조사에는 말똥게와 왜가리, 오리류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집고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장항습지(면적 7.49㎡)는 생태적 가치가 높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국내 26곳 중 한 곳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의 2022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생태계 모니터링’에서 2005~2021년 장항습지에 출현한 누적 생물종은 식물 455종, 조류 192종, 포유류 16종 등 총 1092종에 달한다. 관찰된 생물 가운데서는 저어새, 개리, 큰기러기,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금개구리, 삵 등 멸종위기 보호종도 여럿 포함돼 있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멀리서 본 장항습지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동물들이 서식하는 모든 공간에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었다”며 “쓰레기 파편 사이를 헤엄치는 오리와 스티로폼·페트병 주변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말똥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 8월 장항습지의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말똥게.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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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장항습지에서 오리류 조류가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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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를 담은 협약이 절실하다”며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목표 설정과 오염을 유발하는 석유화학, 대형소비재 기업 등 기업에 대한 적절한 책임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 12월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INC-5)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폴리머(Plastic Polymer)의 생산 제한·감축과 위해 화학물질의 규제 방안,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 및 재원 마련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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