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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고독사 막고 통역·복지 상담까지…‘AI 공무원’ 못하는 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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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공무원 등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민원인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복지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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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청 기획예산과에 근무하는 최레아 주무관은 ‘지피티-포오’(GPT-4o)를 행정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보도자료 작성 부담을 덜게 됐다. 사업 계획서를 찍어서 올리기(업로드)만 하면 된다. 최 주무관은 “보도자료 하나 쓰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지피티-포오를 사용하면 10초 만에 초안이 나온다. 보도자료뿐 아니라 엑셀 파일 취합, 법령 해석, 이미지 도안 생성 등 행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활짝 웃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산업·경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까지 바꾸는 인공지능 공존사회에 진입하면서 공공부문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행정혁신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란 카메라 등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 음성 등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초점을 둔 인공지능을 말한다. 챗지피티(ChatGPT)로 유명한 오픈에이아이(AI)가 지난 5월 공개한 ‘지피티-포오’가 대표적이다. 지피티-포오는 응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0.32초로 사람과 거의 비슷해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농담도 할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 속 자비스와 유사한 형태의 인공지능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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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외국인 민원인이 민원통역 서비스(오른쪽 단말기)를 통해 민원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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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복지상담까지…지방행정에 부는 AI바람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앞다퉈 인공지능 활용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자체 단위 최초의 인공지능 활성화 전략인 ‘서울시 인공지능 행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인공지능이 주기적으로 전화하고 움직임 등도 감지해 살피는 ‘스마트 안부확인 서비스’와 신고 음성을 분석해 긴급도와 위험징후를 파악하는 인공지능 기반 ‘119 종합상황관리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8월부터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에 지피티-포오를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민원인과 세종시 공무원이 각자 자국어로 말하면 지피티-포오가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식이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와 캄보디아어, 타이(태국)어 등 다양하다. 세종시에는 외국인이 5821명이나 살고 있는데다 인구 비중도 해마다 8~9%씩 늘고 있다. 세종시뿐 아니라 전라남도 강진군도 지난 5월부터 지피티-포오를 활용한 외국인 실시간 통역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일 세종시 기획조정실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는 별도의 통역 비용도 필요 없다. 외국인 주민들이 세종시에서 더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민원인에게 복지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복지 관련 법령·조례·지침과 복지 공공데이터 등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수원시 누리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복지상담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송근숙 수원시 행정정보팀장은 “담당 공무원이 참고해야 하는 400페이지 이상 지침서만 47권에 이를 정도로 복지 관련 업무가 방대하고 복잡해졌다. 하지만 12월께 시스템이 구축되면 민원인들은 복잡하고 변동이 큰 복지 관련 상담을 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교통약자들의 시간대별 이용 현황을 분석한 뒤 이용자가 가장 많은 출발지를 찾아 이동차량을 배치하는 식으로 교통약자의 이동지원 배차 효율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부산에서는 행정안전부와 협업해 교통카드 사용 이력, 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 등 3억건에 이르는 공공·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노선 정류장별 하차 인원을 파악해 대중교통 노선 개편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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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인공지능이 조사 대상 지점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인식해 교통량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이전에 육안과 검지기를 이용해 교통량을 조사하는 모습.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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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국민 안전과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 산재업무 처리 등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디지털 성범죄 등 불법 합성 콘텐츠가 기승을 부리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동영상의 딥페이크(음성·이미지 불법 합성) 적용 여부를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약 9억개에 이르는 주요 사업장 굴뚝의 대기오염물질 항목별 측정값과 유량, 온도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대기오염 발생 물질 배출 여부를 자동으로 선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고,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5년 동안 요양이 끝난 재해자 58만명의 요양 정보와 상병 정보, 주치의 소견 등 약 800만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활용해 산재 요양 예측 일수를 제시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진료기간 연장 심사를 절반 정도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1인 가구의 고독사도 예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전력·통신·수도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1인 가구의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전력 사용량 급감 등 이상징후를 감지하면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이를 알리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고독사 위험군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주 1~2차례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고 있다. 이 밖에 전국 도로의 교통량 조사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거나 농작물 병해충 발생 및 위험도 예측, 주요 질병별 의약품 품절 예측 지원모델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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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회의록 제공 화면 예시.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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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침해·신뢰성 확보 과제도





공공부문에서 인공지능이 점차 영역을 확장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챗봇(채팅로봇) ‘이루다’ 사건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루다는 성희롱과 혐오 발언, 인종차별 등의 논란에 휩싸여 한달도 못 돼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루다는 카카오톡 대화 100억건을 무단 학습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가 출입국 절차 고도화를 명목으로 내·외국인 얼굴 데이터 1억7천만건 이상을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민간 업체에 이전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외에서도 영국 정부가 국가 의료비용을 절감하겠다며 ‘바빌론’이란 이름의 인공지능 의료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환자들에게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질병이 있는 사람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차단돼 비판을 받았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을 허용하는 것은 마치 신약을 제대로 테스트하지 않고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위험천만한 행위다. 미국에서 인공지능은 의료보장을 줄이는 데 활용되는 등 인공지능을 공공부문에서 활용하려면 보다 더 엄격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평가, 윤리적·사회적 검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뢰성 확보도 과제다. 지피티-포오와 같은 민간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공공 분야가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등 민감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심은정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디지털전략기획부 책임연구원은 “신뢰성이 중요한 공공 분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가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신뢰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지자체의 정보 검증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개개인과 밀착형 서비스가 많은 지자체에서는 개인 민감정보 유출 우려도 있는 만큼 적절한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조처를 마련해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 시에는 법정 규정 및 준수 사항을 인지하고 지킬 수 있도록 관련 교육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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