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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금)

[투데이 窓]이제는 '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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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가요?"라는 말을 나의 학생시절,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처음으로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인 교수가 나에게 물은 이야기였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이 나오고, 일본을 언급하면서 참으로 오래 걸렸고 서글펐던 기억이다. 내 나라를 설명하는데 다른 나라의 위치를 돌아 돌아 위, 아래, 옆의 단어까지 붙여가면서 어디에 박혀있는지 알려주어야 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을 요즘 세대는 몰라도 된다. 왜냐하면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우리에게 보릿고개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온 지인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나 '파친코' 등의 작품, 그리고 그 외 한국문학 작품들이 영국의 서점에 펼쳐진 것을 보고 너무도 가슴 뿌듯했다고 했다. 그것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이었음에도 그런 전경이 펼쳐진 것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한국의 문학이 광폭행진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인가 보다.

최근에는 천재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브루노 마스와 한국 가수 로제의 '아파트'라는 노래와 한국게임이 세상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난리도 아니다. 노래도 노래이지만 해외 유명 뮤지션이 우리 태극기를 양손으로 전 세계를 향해 흔들며 일부 한국가사로 노래하는 모습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고 세계 젊은이들에게 전혀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보인다. 이미 음악과 영화는 기본이고, 만화와 소설까지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한국이 세계 속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인 미국의 CES(Consumer Electronic Show)와 세계 3대 첨단산업 박람회 중 하나인 스페인의 MWC(Mobile World Congress)를 적지 않은 횟수를 다니면서 해마다 달라지는 한국의 격상을 느끼게 된다. 올해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MWC에 참석했을 당시, 바르셀로나의 박물관의 경찰은 위치를 찾는 나에게 "저쪽으로 쭉 가요"라는 한국말을 들었을 때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놀라웠다. 솔직히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한국인들에게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면 찾아가서 한국말을 해 보고 싶어 하는 듯 보여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어린 시절의 데자뷰를 떠올리게 된다. CES를 주최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의 게리 사피로 회장은 벌써 영상을 보내 자신들의 CES에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객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세계 테크 전시회에서 한국의 기술과 서비스가 단연 톱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애국심이 아니다.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수치적 팩트로 올해 처음으로 가 본 중동의 기술전시회 자이텍스(GITEX)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고 왔다. 바로 한국의 위상이나 신뢰, 그리고 문화에 대한 수준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다.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CEO는 한국 스타트업의 탁월함에 대하여 잘 인지하고 있고, 한국 스타트업들과의 연결을 주문했는데 내 자신의 어깨가 으쓱한 순간들이었다.

내가 생선 초밥이나 일본식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더 이상 불고기나 비빔밥 떡볶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다. 이미 이를 넘어서 세계 속에는 영화면 영화, 음악이면 음악, 그리고 소설이나 시 외에도 창작만화 등으로 세계의 문화 속에 한국이 있고, 제품들을 열거하지 않아도 세계 기술의 중심 요소요소에는 한국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의미에서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큰 미래가 지금까지 이렇게 나타난 누적된 일들의 합으로 나타날 것은 틀림없다. 이럴 때 항상 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데, 이제는 '나만 잘하면 된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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