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6 (수)

‘트럼프 재집권’ 김정은 숨은 웃음?…북미 소통에 ‘한국 패싱’ 우려도 [2024 美대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 '국방력 강화' 몰두 예상

몸값 올린 뒤 '핵군축' 담판 시도 가능성

북미 직접 소통 가능성

헤럴드경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미관계에도 대변화가 예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중은 물론 퇴임 뒤에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호의적 자세를 유지해왔다.

김정은도 '전략적 인내'로 대표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 상대로 수월할 것으로 보고 그의 당선을 반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당분간은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도발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 본토를 위협할 만큼 국방력을 완성했다고 판단하면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협상 모드로 태세를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까지의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그간 미 대선과 관련해 거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중략)…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히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미정책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게 전부다. 당시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자주 언급하는 데 대해서도 "조미(북미)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최근 도발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오히려 전략무기 완성을 위해 각종 고강도 도발로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2025년은 북한이 내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공 등 대내외에 선포한 국방력 계획의 핵심 과업 완수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이에 맞대응한다면 집권 1기 첫해인 2017년과 같은 '화염과 분노'의 북미 간 극한 대립 양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내년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고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이를 앞세워 미국과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과거와 같은 비핵화 협상은 절대 없다고 수 차례 공언해 왔다.

2023년 9월 헌법에 핵무력 정책을 명시했으며, 김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ICBM 화성-19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밝히는 등 핵포기는 없다고 못 박아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시도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채 서로에 대한 핵 위협을 줄이려는 목적의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제는 북한이 핵 군축 카드를 들고나올 때 트럼프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국제사회와 미국 조야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가 보인다"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현상동결' 시나리오가 점차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에 응해 북미가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시도한다면 이는 한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권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만 통제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의 '스몰딜'에 타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닿았듯 북미는 한국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해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긴밀한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금 북한은 남한을 상종할 수 없는 적이라고 하니 당연히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것이고 트럼프도 성과를 내야 하니 일단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북미가 먼저 (한국을 놔둔 채) '한 스텝'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기간 내에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외교 현안에 집중한다면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핵 협상은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25년 북핵 쟁점' 연구 총서(정성윤·백승준·이중구)를 통해 "북한의 몸값은 높아졌고 미국은 산적한 현안으로 북핵 문제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ingdo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