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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와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로 분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 문제·불법이민 등 미국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사안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 악화됐다는 인식이 깊어지면서 이 같은 인식이 '정권 심판론'처럼 터져나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합주를 휩쓴 것은 이 같은 미국 유권자들의 정서를 극명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현지시간) 선거와 함께 진행된 미국 방송 CNN의 유권자 대상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국 단위 출구조사에 참여한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 32%, 부정적이 67%에 달한다. 경제 상황이 부정적이라고 인식한 유권자들의 6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4년 전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 49%, 부정적이 50%였다. 통상적으로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유권자일수록 야당 후보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유권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가 그만큼 확대된 셈이다. 특히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 최대 현안으로 민주주의(35%)와 함께 경제(31%) 문제를 꼽았다. 경제 문제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유권자들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79%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했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들어 완화되는 추이를 보였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이와 함께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편적 관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간결한 메시지를 유권자들이 더 선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미국 내 노조원 상당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능력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불법 이민에 대한 환멸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지탱한 버팀목이었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민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유권자 비중은 11%에 달한다. 유권자 10명 중 1명이 이민 문제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89%에 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TV토론에서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의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음에도 이민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는 의미다.
실제 이 같은 인식은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 경합주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선 출구조사에서 이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유권자는 12%였고, 이들 중 90%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펜실베이니아 출구조사에서도 이민 문제가 중요하다고 밝힌 유권자(12%) 가운데 8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 역시 재선 성공의 키워드로 꼽힌다. 특히 라틴계 유권자들의 지지세 확대가 눈길을 끈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2%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45%를 득표하는 데 성공했다. 불법이민과 경제 문제가 라틴계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해석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집중 타깃'으로 꼽혔던 여성들과 젊은 층의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특히 중요 경합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미시간 출구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들의 지지를 53% 받는 데 그쳤다. 이는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57%의 표를 얻었던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전(43%)보다 올해(45%) 더 많은 여성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역시 미시간 출구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18~29세 젊은 층 지지율은 46%에 불과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 받았던 61%의 지지율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전 37%에서 올해 51%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지역에서의 위기도 실제 표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시간 출구조사에서 백인·흑인·라틴계를 제외한 나머지 인종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1% 수준이었다. 이는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66% 지지를 받은 것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4년 전 이들로부터 30%의 지지를 얻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53%의 표를 얻었다.
미시간은 아랍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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