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던 경복궁 낙서 사주범 범죄수익 8500만원 들통

지난해 12월16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방향 담장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알리는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돼 있다. (사진 위쪽) 문화재청은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 현장을 보존처리 약품을 이용해 세척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복궁 낙서를 지시해 1억원 이상의 복구 비용이 들게 한 강아무개씨가 ”보유 자산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검찰의 수사로 8천여만원의 범죄수익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는 6일 경복궁 낙서 사주범 강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10대 청소년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하라고 지시한 혐의(문화재보호법상 손상) 등으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으나 별도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없애고 복원하는 데 든 비용은 1억3천만원이다. 강씨는 이 비용을 변제할 책임이 있지만 ‘가진 돈이 없다’고 잡아뗐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강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가상자산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착수해 85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몰수보전했다. 몰수보전은 피의자의 형량이 확정되기 전에 불법 수익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보전하는 것이다. 수사팀은 강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핫 월렛’(hot wallet)에 들어있던 가상자산 2500만원과 주거지 압수수색 등으로 발견된 재산 5500만원, 5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압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강씨의 자금을 세탁하는 데 가담한 일당 3명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강씨에게 수수료를 받고 자금을 세탁·전달해준 혐의를 받는다. 강씨가 이들에게 세탁을 의뢰한 액수는 약 2억5520만원이다. 검찰은 강씨가 운영하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에 불법 도박 누리집 광고를 게시해주는 대가로 취득한 범죄수익이라고 보고 있다.

강씨는 앞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홍보를 위해 텔레그램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에게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동문 담벼락 등에 누리집 주소 문구를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씨는 또 음란물 유포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 성착취물을 게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1원의 수익도 얻지 못하도록 자금 세탁범죄를 엄단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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