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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기고] 내년 경주 APEC, 국가 도약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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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 살(Sin-Sal)! 과거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여했던 선배가 알려준 페루 출장 필수 단어다. 페루 음식이 너무 짜서 "소금을 빼달라(Sin-Sal)"고 외쳐야 외국인에게는 그나마 먹을 만한 음식이 나왔다고 한다. 2024년 페루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단어를 말할 필요가 없었다. APEC 유치를 비롯한 페루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으로 이들의 식문화가 세계인의 입맛과 조화를 이룬 까닭이다. 페루의 식문화 변화는 APEC이 추구하는 역내 통합과 협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APEC은 단순한 정상회의가 아닌 대규모 경제외교 플랫폼이다. 5차례의 고위관리회의(SOM)를 비롯해 통상·재무·중소기업·에너지·관광 등 10여 개 장관급 회의, 100여 개 실무그룹 회의를 매년 400차례 이상 개최하며 활발한 논의를 이어간다. 연간 2만명 이상의 정부 대표단과 기업인, 학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평균 2주간의 고위관리회의 및 산하회의, 최대 일주일간의 장관급 회의를 통해 실질적 협력을 도출한다.

오는 11월 15~16일 페루 리마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18일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연계해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이 예상된다. 페루는 이번 회의에서 비공식 경제의 공식화, 지역경제 통합에 대한 새로운 시각, 수소경제 로드맵을 주요 성과로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차기 의장국으로서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라는 주제와 '연결·혁신·번영'이라는 세 가지 우선 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한국에서 열릴 APEC 회의는 2024년 12월 서울에서의 비공식 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이듬해 2월 경주, 5월 제주, 8월 인천에서 고위관리회의 및 다양한 산하회의와 장관급 회의가 개최된다. 10월 말 경주에서 최종 고위관리회의와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 정상회의가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특히 경주 정상회의 때는 미국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의 첫 방한이자 2014년 이후 시진핑 주석의 첫 방한이 예상되는 만큼, 경주에서 펼쳐질 정상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부산로드맵' 채택을 통해 역내 무역자유화의 이정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5년에는 더 복잡해진 글로벌 현안 가운데 의장국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AI 확산, 무탄소 에너지 전환 등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이 역내 협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각 회의가 열리는 도시의 이름을 딴 가칭 제주선언, 인천이니셔티브, 경주합의 등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등 민간 행사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APEC 2025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기반으로 페루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한국만의 독창적 성과물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들은 K반도체, K배터리, K문화 등 우리의 강점이 자연스럽게 역내에 스며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최 도시들 역시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살리면서 도시 브랜드를 키워 나가야 한다. 페루가 APEC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이뤄냈듯이, APEC 2025는 한국의 혁신과 문화가 아태 지역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진정한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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