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아이를 차로 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12월 21일 오후 1시50분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B군과 충돌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적색 신호에 정지선을 넘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앞 범퍼와 부딪힌 B군은 사고 당일 병원에 방문해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차량으로 B군을 충격한 것은 아니며 설사 약간의 접촉이 있었더라도 그로 인해 B군이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사고 당시 CCTV 영상과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 등을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군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군은 이 사건 차량의 앞 범퍼와 허리 아래 부분을 살짝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이 사건 상해진단서는 당시 B군이 ‘좌측 허리, 목, 어깨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어깨관절 등 상해 부위는 이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상해죄에서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B군의 경우는 어린 나이를 고려하더라도 그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취지다. B군이 차량과 접촉한 직후 넘어지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인도로 다시 걸어간 점과 절뚝이거나 상해 부위를 어루만지는 행위를 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또한 재판부는 “B군은 교통사고 이후 결석하지 않고 등교해 수업을 듣는 등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이 평소와 같이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교통사고로 인해 어떠한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치유될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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