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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트럼프 지지’ 머스크, X에 가짜뉴스 공장 운영하고 알고리즘 코드 조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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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24 미국 대선]
소유주 성향 따라 트럼프 홍보창구 전락한 X
머스크가 쓴 음모론, 피드에 무작위로 공유
그룹 만들어 가짜뉴스 퍼뜨리고 사이버 불링
한국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개최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유세에서 단상에 올라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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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본인 소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2024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도구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또 제기됐다. 선거와 관련해 10월에만 수천 건의 글을 쏟아냈는데 해당 게시물들이 X 사용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가짜뉴스 조직적 재생산을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다.

X 타임라인 '붙박이' 된 트럼프 지지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비영리 매체 폴리티팩트 등에 따르면 머스크의 X 계정에 게시된 글은 6월 한 달 504건에 그쳤으나, 선거가 임박한 9월과 10월에는 각각 1,000건, 3,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게시글 내용도 대부분 트럼프 공개 지지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비방, 선거 관련 음모론이었다. 게시글에는 "민주당이 불법 투표를 위해 이민자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오고 있다"는 식의 허위사실도 있었다. 이러한 게시물들은 10월 들어 2주간 6억7,900만 회가량 조회됐고, 약 160만 번 이상 재게시되는 식으로 퍼졌다.

더 큰 문제는 머스크 계정 구독 여부와 별개로 그의 계정에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X는 추천 알고리즘을 구동하는 코드를 공개했는데, 당시 머스크의 계정이 전면에 오도록 우선순위로 표시한 프로그래밍 용어가 포함돼 있었다. 소식을 받아보려 구독하지 않은 유권자들까지도 머스크발 가짜뉴스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머스크가 “매일 추첨을 통해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 원)를 주겠다”고 약속한 경합주(州) 펜실베이니아 주민 12명의 X 타임라인을 살펴본 결과 8명이 머스크 게시물에 노출됐는데 이 중 그를 팔로우 한 건 단 1명뿐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5만 모인 '가짜뉴스' 커뮤니티, 머스크가 만들어

한국일보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개최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 올라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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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X 내부에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성해 유포하는 ‘공장’ 같은 그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머스크의 ‘정치행동위원회(PAC)’는 지난달 X에 ‘선거 무결성 커뮤니티'(EIC)라는 그룹을 생성했다. 그 규모는 5만8,000명 규모로 불어나 매일 수백 개의 부정 선거 음모론을 생산 중이라고 미국 CBS방송은 전했다. 대표적으로 ‘선거 사무소에 투표용지를 배달한 우체국 직원이 표를 가로채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해당 직원의 신상을 캐는 ‘사이버 불링’(온라인 내 집단 따돌림)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2022년 머스크의 인수 당시 ‘표현의 자유’를 내세웠던 X가 편향된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퍼뜨리는 선전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DS) 맥스 리드 수석연구원은 “X는 부정 선거를 믿는 유저에게 ‘슈퍼마켓’이나 다름없고, 검증 기능 없이 가짜 주장을 통합하는 지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킨 사건 역시 가짜뉴스를 나누던 페이스북 기반 그룹에서 시작됐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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