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5 (화)

“어머니, 아내, 자매를 위해…‘감옥같은 히잡’ 남성이 거부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네차르반 만도 CNN 프로듀서


“이란 여성들의 용기와 회복 능력 덕분에 그들은 언젠가 자유를 얻을 것이다.”



3일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네치르반 만도(32) 시엔엔(CNN) 프로듀서는 이라크인이며 쿠르드족이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인 아르빌이 그의 고향이다. 같은 쿠르드족인 이란의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2022년 9월13일 이란 종교경찰에 의해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율법에 따라 착용하도록 하는 머리 가리개) 착용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었다가 사흘 뒤 숨지자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란 여성 인권 투쟁의 역사를 ‘인사이드 이란’이라는 70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란 여성들의 인권 참상을 고발한 이 작품은 유럽 여러 방송사를 통해 전파를 탔고 7일 4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을 받는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은 5·18 민주화운동을 취재해 세계에 참상을 고발한 독일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를 기려 2021년부터 매년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후원한다.



‘인사이드 이란’엔 아미니처럼, 이란 여성을 옥죄는 당국의 복장 규정 때문에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 투쟁을 선택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히잡을 벗어 던진 여성들은 이란이 숨기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어려서부터 차별받아온 이란 여성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곧 여성의 생존을 말하는 것임을 점점 더 많은 이란인도 깨닫고 있다고 영상은 소개한다. 그는 “(아미니의 죽음 등)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여성들의 시위로) 빛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줬다. 우리는 이란인들이 직면한 불의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위 현장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름을 드러낼 수 없는 익명 취재원들의 증언과 소셜미디어에 폭발적으로 공유되는 영상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진실보도를 추구하는 그에겐 무거운 과제였다. 그는 “이란 내에서 이를 취재하는 것은 위험해서 조심해야 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며 “취재에 도움을 준 정보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란 여성들의 인권은 1979년 이란혁명으로 친미 정권이던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대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정치지도자로 권력을 잡으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는 이란 사회가 지금보다 역동적이었고, 지금도 그런 역동성이 살아있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력의 힘은 세지만, 그는 이란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이란에는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이들이 살고 있다. 파티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이지만 사람들은 집 안에서 몰래 파티를 한다”며 “중동의 남성들도 자신의 어머니, 아내, 여동생의 권리를 위해 감옥과 같은 히잡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종교주의는 여성을 도구화하고 있고, 이란 현 정부가 있는 이상 이 법을 바꾸기 어렵겠지만 미래를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이란의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고 했다. “이란 여성들의 용기와 회복능력으로 그들은 언젠가는 자유를 얻을 것”이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영화에 출연했던 익명의 여성들도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란 내부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만도는 “이란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전달돼 자유와 정의를 지지하는 데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미니 사망 2주기였던 올해 9월15일, 이란에 수감돼있는 여성 정치범 34명은 단식 투쟁에 나섰다. 아미니를 기리는 시위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그를 만났던 3일에도 이란 테헤란의 명문 이슬람 아자드 대학교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여성이 복장 규정 단속에 항의하기 위해 속옷 차림으로 거리에 나서는 시위를 했다. 당국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강제 이송되자 소셜미디어에는 당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만도의 영상은 힌츠펜터국제보도상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hinzpeterawards.com/hs/winners/winners_2024_kor.do)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