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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총선 참패’ 영국 보수당, ‘첫 흑인 여성 대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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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케미 베이드녹 영국 보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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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집권하다 올해 7월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보수당에서 첫 흑인 당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케미 베이드녹 전 기업통상부 장관(44). 여성으로서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은 네 번째 당수다. 보수당 안팎에선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보수당 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또 베이드녹 신임 대표가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보수당을 어떻게 재건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일 영국 제1야당인 보수당의 전국 당원 투표 개표 결과 베이드녹 대표가 5만3806표를 얻어 4만1388표를 얻은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42)을 누르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원 투표율은 72.8%였다. 베이드녹 대표는 올 7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리시 수낵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위기의 보수당을 이끌게 됐다.
베이드녹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이 14년간 집권하며 실수를 했고 (당의) 기준을 낮췄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우리의 첫 책임은 (집권) 노동당 정부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 목표는 정부가 다음 선거 때까지 정부의 업무 방식을 바꿔 이 나라를 변화시킬 명확한 계획을 갖도록 몇 년간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 세부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보수당을 기본으로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춰 호응을 이끌어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베이드녹 대표는 영국 서식스대에서 컴퓨터시스템 공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영국 런던대 소속 버벡대에서 파트타임으로 법학 학사도 취득했다. 그 후에는 은행과 잡지사에서 일했고 내각에선 여성평등부와 기업통상부 장관 등을 거쳤다.

그는 논쟁에 적극 뛰어드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강조하는 그는 투쟁적인 우익적 기조를 되살릴 것이고 당 재건을 위해 ‘진정한 보수주의’로의 복귀를 다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수당을 재건해야 하는 그의 앞길이 만만치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당 의석수가 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9만5000표 중 56%를 조금 넘게 얻어 어렵게 대표로 선출된 만큼 당내 민심도 잘 다독여야 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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