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떨어져도 증산" 석유업계 '치킨게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국과 주요 산유국이 석유 시장 주도권을 놓고 공급량 경쟁에 나선다. 미국이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자 전통 산유국도 가격을 고수하기보다는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한쪽이 백기를 들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이 오래 이어지면 2010년대 중반 셰일혁명 당시의 저유가 상황도 기대된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올 3분기 미국 석유사 엑손모빌의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사인 미국 셰브론 역시 1년 새 3분기 공급량을 7% 늘렸다.

미국 석유 기업의 확장 기조는 미 텍사스·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언 분지 덕분이다. 퍼미언 분지는 셰일오일 지대로, 기술 발전에 따른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매년 생산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3분기 원유 생산량 중 퍼미언 분지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셰일오일은 원유를 머금은 퇴적암층에 모래, 물 등을 고압 분사해 채굴한다. 퇴적암층에 균열이 생겨 흩어졌던 원유가 모이면 뽑아내는 방식이다. 2010년대 초반 배럴당 생산비용이 80달러를 넘었지만 기술 개발로 현재는 40달러에 못 미친다.

미국산 석유 공급 확대가 계속되자 생산량을 줄여 가격 고수에 집중하던 주요 산유국도 전략 변경을 예고했다. 공급을 늘려 시장점유율 유지에 나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다음달 자발적 감산 조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OPEC+ 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오만, 이라크,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등 8개국은 자발적으로 매일 2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하루당 220만배럴은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일일 1억298만배럴)의 2.1%에 해당한다.

그동안 미국 석유 기업은 OPEC+ 감산 조치의 수혜를 받아왔다. 시장조사기관인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3분기 엑손모빌의 주당 이익은 1.92달러(약 2651원)로 시장 전망보다 2.1% 높았다. 셰브론 역시 3분기 주당 조정 순이익이 2.51달러(약 3465원)로 시장 평균 추정치를 3.7% 넘어섰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등에도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OPEC은 지난해 12월 앙골라가 감산 조치에 반발해 탈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미국과 OPEC+의 공급 경쟁으로 한동안 국제 유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73.56달러(약 10만1500원)로 나타났다. 2014년 셰일혁명이 본격화한 이후 과잉 공급이 한창이던 2016년 1월에는 26.86달러(약 3만7100원)로 현재의 36.5%에 불과했다. 2016년 11월 공멸을 우려한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원유 가격은 회복됐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OPEC+는 손해를 감수한 감산 조치에도 미국 석유 기업의 무임승차 행위로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제 생산량을 회복시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