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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대배우 에너지에 압도된 90분…이자벨 위페르 '메리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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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

연합뉴스

이자벨 위페르 '메리 스튜어트' 공연 모습 ⓒLucie Jansch[성남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남=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대배우가 쏟아내는 에너지에 압도된 90분이었다.

지난 1~2일 경기 성남의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연극 '메리 스튜어트'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1인극으로 관심을 끌었다. 1971년 데뷔해 53년간 '피아니스트' 등 10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고 칸영화제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각각 두 차례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배우가 혼자서 무대를 끌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막이 올랐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대에 등장한 위페르는 처음부터 관객들을 긴장 속에 몰아넣었다. 시작된 지 10여분간 실루엣만 드러낸 채 거의 정지 동작으로 내레이션하는 듯 독백하는 위페르의 모습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그가 소화하는 프랑스어 대사는 한글 자막으로 전달됐다.

연극은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자 프랑스 왕비였던 메리 스튜어트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편지를 바탕으로 회상하며 독백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메리 스튜어트는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조의 계승자로 태어나자마자 대관식을 치렀고, 프랑스 왕비와 스코틀랜드 여왕의 관을 썼지만 결국 18년간 잉글랜드를 떠돌며 감시 속에 살다가 참수되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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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메리 스튜어트' 공연 모습 ⓒLucie Jansch[성남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인극 형식의 공연에서 위페르는 90분간 무대를 떠나지 않고 메리가 겪었던 영욕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대사와 절제된 몸짓으로 풀어냈다. 랩을 하는 듯 감정을 쏟아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시를 읊는 듯 대사를 읊조렸고 때로는 폭발했다. 영화에서 절제된 연기로 유명한 위페르는 연극에서도 과장 없이 필요한 만큼만 연기하며 강약을 조절했다.

구체적인 사건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전개되는 대신 메리의 감정과 내면에 초점을 맞춘 대사는 메리의 삶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다소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위페르의 에너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공연이었다.

연극은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조명과 음악, 배우의 연기만으로 모든 것이 이뤄졌다. 빛과 조명을 중시하는 이미지극의 대가 로버트 윌슨 연출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이탈리아의 현대 음악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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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메리 스튜어트' 공연 모습 ⓒLucie Jansch[성남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은 2019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유럽에서 공연됐고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대배우의 실연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공연은 예매 시작 후 10분 만에 매진됐다. 두 차례 무대에서 관객들은 공연을 마친 위페르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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