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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성인용품 파는 정숙씨·국극스타 정년이…욕망에 충실한 여자들 주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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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숙한 세일즈’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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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했어?” 1992년 가상의 시골 마을 금제시. 가정주부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는 금희(김성령)는 성인용품 방문 판매를 시작한 정숙(김소연)에게 조심스럽게 체험 후기를 묻는다. 정숙은 잠시 망설이더니 답한다. “네, 잠시.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써본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사회적 금기를 깨고 욕망에 충실한 여성들을 앞세운 주말 드라마가 호응을 얻고 있다. ‘정숙한 세일즈’(JTBC)는 성인용품 방문 판매라는 소재로 보수적인 1990년대에 성적 욕망에 솔직해지기 시작한 여성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정년이’(tvN) 속 매란국극단 단원들 역시 국극 배우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숙한 세일즈’는 1992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나선 정숙과 금희·영복(김선영)·주리(이세희) 등 4인방의 이야기다.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브리프 엔카운터스’가 원작이다. 성적 욕망을 마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며 1회 시청률 3.9%로 시작해 6회에선 6%를 기록했다. 정숙은 ‘19금’ 농담에 질색하는 정숙한 여자였지만, 생계를 위해 뛰어든 사업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금희는 정숙의 사업을 돕다가 자신을 가두었던 조신한 주부이자 우아한 ‘사모님’이라는 담장을 허물고 해방감을 맛본다. 속옷을 몸을 가리는 도구로만 인식하던 금제 주부들도 점차 성인용품에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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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세일즈’ 포스터. 제이티비시(JTBC) 제공


주인공들이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모습은 당시 사회적으로 요구되던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성인용품을 판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에게 구박받고 정숙은 집에 낙서 테러까지 당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먹고살 돈이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누구한테 피해준 적도, 남의 집에 해코지한 적도 없는데, 어떤 생각을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정숙)며 굴하지 않는다. 남편이 바람난 정숙, ‘미혼모’ 주리, 단칸방에서 아이 넷을 키우는 영복 등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지만, 움츠러들기보다는 자신의 불행을 성인용품 판매에 활용하며 활로를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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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포스터. 티브이엔(tvN) 제공


‘정년이’는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여성이 모든 배역을 맡아 소리·무용·연기를 선보이는 종합공연예술) 배우에 도전하는 윤정년(김태리)의 성장기를 다룬다. 김태리 주연에 풍부한 볼거리 등 흥행 요소가 많은데,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만 여겼던 시대에 국극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매란국극단 단원들 모습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엄니 손에 죽을 때는 죽더라도 지금은 하고 잡은 걸 해야겄소”라는 윤정년뿐 아니라 경쟁자 허영서(신예은), 윤정년의 친구이자 조력자 홍주란(우다비) 등 모두 국극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반칙 없이 최선을 다한다.

실제로 1950년대에 국극 배우로 활약하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은 인물들이 존재했다는 점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년이’를 연출한 정지인 피디(PD)는 “1950년대에 여성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 시절의 사람과 지금의 사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드라마는 보수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진취적인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간의 연대를 다루고 있는데, 모두 과거를 소환해 현재 사회에서 요구되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정년이’의 꿈조차 꾸기 어려웠던 여성과 청춘들의 모습이 현재 청년 세대 정서와 맞닿아 있고, ‘정숙한 세일즈’는 지금 한국 사회와 많이 다르긴 해도 여성의 성에 대해 여전히 남아있는 보수적인 시선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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