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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진짜 예향 전주를 만나는 법, 서학동예술마을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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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서 다리만 건너면 살아있는 갤러리촌 ‘서학동 예술마을’

라한호텔 전주 투숙객이라면, 예술가가 안내하는 투어 프로그램 참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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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마을예술도서관 앞에서 가이드를 시작하는 한숙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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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은 마을도서관, 작가의 개성이 숨 쉬는 공방과 갤러리, 사랑스러운 조형물이 무심히 놓인 골목… 둘러보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는 일행에게 한숙 서학동예술마을 촌장은 “알아야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투어 가이드’ 한 촌장이 없었더라면 그저 인기 드라마 촬영지에서 인증 사진 찍고 온 관광객에 머물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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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마을예술도서관 내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옹기종기 모여앉아 책을 읽고, 여행자는 독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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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00만명 이상이 찾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화려한 한복을 빌려 입은 관광객 무리도, 색색의 전동카트도 없는 서학동예술마을이다. 전주교대와 남부시장 사이에 있어 한때 ‘선생촌’이라 불렸던 동네는 여느 지방 도시처럼 줄어드는 주민 수에 쇠퇴일로를 걷다가 2010년 한옥마을의 인기에 자리를 빼앗긴 예술가들이 하나둘 터전을 잡으며 전국에 둘도 없는 ‘예술촌’이 됐다. 지금은 80여명의 문화예술인이 이 마을에서 살거나 갤러리, 공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입성한 ‘4호 예술가’ 한숙 촌장은 “뚝딱뚝딱 집을 고치고 정원을 가꾸고 돌담과 뒤안(뒤꼍)을 만들고” 아이를 낳은 뒤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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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마을예술도서관 담쟁이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벤자민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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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마을예술도서관 담쟁이갤러리의 전시물을 설명하는 한숙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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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 촌장과 함께하는 ‘서학동예술마을 가을산책 프로그램’은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서 출발했다. 인근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책을 읽는 곳이자,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독서 휴식을 즐기는 여행자도 보였다. 마당의 모자이크 타일 공사부터 전시 작품, 기증 도서까지 마을 예술가들의 손을 타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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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이 공작한 공작’ 등 여러 작가들이 입주한 김란희 동화작가의 건물. 마을 투어에 나선 참가자가 공방 내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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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건물에는 매듭공예가 김윤정 작가의 ‘공작부인이 공작한 공작’, 미연 작가의 갤러리 ‘그림’ 등이 있다.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월세를 받는다는 건물주 김란희 동화작가의 미담까지 정겹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수십년 된 양복점이 나란히 공존하는 길을 지나 서학동예술마을을 알린 1등공신으로 꼽히는 서학동사진미술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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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양복점과 새로 들어온 예술가의 공방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는 서학동예술마을 거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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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사진미술관 가는 골목. 갤러리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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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도시재생사업으로 획일화됐던 골목은 예술가와 주민의 손길로 “풀과 꽃이 반기는” 길 위의 갤러리가 됐다. ‘이웃하다_서학’전이 열리는 미술관 방명록에는 텍사스에서 온 비키의 후기가 적혀 있다. 긴 세월 떡집을 운영한 ‘마을의 큰엄마’ 정화순씨는 그동안 만든 폐백 음식이 담긴 사진 작품을 전시하며 ‘폐백예술가’가 됐다. 한 촌장은 “서학동예술마을은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예술적인 삶을 사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일순 서학동사진미술관 대표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 예쁜 꽃을 봐야 한다”며 정원과 골목을 관리해주는 이웃 ‘여사님’ 소식을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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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아쟁연주가이자 한복디자이너인 강혜옥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너, 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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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폐백예술가 정화순 작가의 작품 ‘폐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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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2024 서학동예술마을 거리축제 색으로 물들다’ 기간이었다. 일대에 설치작품이 전시되고 열린마당에서는 플리마켓이 한창이었다. 마을 내 여덟 개 갤러리 중 다섯 군데에서 관련 전시를 열고 있었다. 화가 이희춘씨와 임현정씨가 운영하는 선재갤러리에서 ‘한국화 10인10색전’을 감상하고 나서자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한복 설치 미술 작품으로 만난 강혜옥 작가의 ‘지음 우리옷’, ‘담쟁이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이어서 작가의 공방, 길고양이 돌봄에 앞장선다는 주인장의 브런치전문점 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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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작가의 따뜻한 작업실 풍경. 소박하게 꾸민 뒤안까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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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를 새도 없이 벤자민(전현경) 작가의 ‘벤자민하우스’에 들러 그림책 <하늘이와 벤자민>의 주인공인 강아지 하늘이와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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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에서 판매하는 ‘공작부인’ 김윤정 작가의 매듭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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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마켓이 열리는 열린마당 입구.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만든 조형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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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어난 마을 주민, 새로 생긴 게스트하우스 근황을 들으며 마침내 ‘벼리채’에 다다랐다. 서학동예술마을 ‘1호 예술가’인 음악가 이형로·소설가 김저운 부부가 곱게 가꾼 터전이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키 작은 한옥 대문을 나서자 눈에 익은 공간이 보였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책 대여점으로 나온 곳으로 지금은 곽승호 작가의 작업실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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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예술마을 1호 예술가 음악가 이형로·소설가 김저운 부부의 벼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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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 예술마을의 풍경. 적요 작가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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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엔 한국판 <상견니>로 알려진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결정적인 장소로 등장한 ‘27레코드’가 있다. 이곳이 한 촌장의 공방 겸 갤러리 ‘초록장화’다. “88세까지도 허리가 꼿꼿했던 아버지, 남편을 최고라 여기는 어머니와 내 아기”를 표현한 조형물이 문패처럼 붙은 초록대문에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연탄창고였던 뒷집은 한 촌장의 친정집이자, 구석집이라는 이름의 갤러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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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로 나선 한숙 촌장의 작업실 겸 공방 초록장화.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에 27레코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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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창고에서 갤러리로 변신한 구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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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접할 수 없는 마을의 생생한 사연을 들으며 겉핥기 관광이 아닌 진짜 탐방을 할 수 있는 ‘서학동예술마을 가을산책 프로그램’은 라한호텔 전주의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성사됐다. 그날의 ‘가이드’나 마을 상황에 따라 코스가 달라지는 것도 매력이다. 라한호텔 전주 투숙객이라면 호텔 체크인 당일 프런트 데스크에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오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열리며 1일 최대 12명 한정으로 비용은 5000원, 참가자에게는 코닥카메라를 대여하고 필름 30장을 제공한다.

경주, 전주, 울산, 목포, 포항 등 국내 대표 관광 명소에 자리 잡은 라한호텔은 올해 최상위 브랜드 라한셀렉트 경주를 시작으로 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 라한호텔 전주까지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라한호텔 전주는 지난 9월 서학동예술마을협의회와 지역 관광 활성화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의 가치와 문화를 담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며 고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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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집 갤러리의 문에도 한숙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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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형상화한 작품을 문패처럼 내 건 한숙 촌장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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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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