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부상… 정부 전폭 지원
드론·무인항공기 등 비행 인프라 중심
만리장성서 음식 주문 땐 ‘드론 배송’
대형 드론으론 재난 구호·방재 활동
핵심 수직이착륙기 상용 운행도 코앞
시장 규모 2030년까지 2조 위안 전망
지방정부도 기업·항로 개발 적극 호응
하늘길 관리 위해 드론 실명제도 개선
美도 에어택시 상용화 속도… 각국 주목
저고도 경제는 고도 1000m 이하에서 날아다니는 유·무인 항공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 전반을 가리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09년 중국민용항공대학이 저고도 경제 개념을 처음 제안했으며, ‘경제’라는 단어를 접목해 도심 내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과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경제 모델임을 강조했다.
중국 이항사가 제작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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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부터 인명구조까지 활용
지난 8월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 구간에는 배달 플랫폼 메이퇀이 드론을 이용해 배달을 한다는 안내판이 붙었다. 장성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음식을 주문하면 곧 만리장성 위로 음식을 실은 드론이 날아온다. 메이퇀은 2021년 초 처음으로 드론 활용 배송을 시작해 지난해 말 선전, 상하이 등 11개 구역에 25개 배송노선을 개설했다. 최대 배달 가능한 무게는 2.5㎏으로 15분 내에 10㎞ 거리까지 배송 가능하다. 다양한 기상 상황 속에서도 비행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물류산업에서 배송된 물품이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되는 ‘라스트 마일’ 운송은 전체 비용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용을 드론 등 저고도 운송 수단을 활용해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메이퇀을 포함해 징둥닷컴, SF익스프레스 등 중국 물류 대기업에서는 다년간 드론 활용 배송방안을 연구해 지난해 다양한 물류 드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자료=중국민항국·중국공업정보화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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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중국의 무인 드론을 활용한 물류시장 규모는 연평균 168%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2030년 200억위안(약 3조9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드론의 경우 재난 구호에 요긴하게 쓰인다. 중국 항공산업공사가 제작한 ‘이룽(翼龍) 2H’는 지난 3월 구이저우성 서부에서 인공 강우 작업을 통해 가뭄 해소, 봄철 농작물 재배 등을 지원했다. 애초 ‘이룽 2’는 미국 무인 공격기에 대응해 중국이 개발한 정찰·공격 무인기지만 이를 개량해 응급구조, 기후방재용 등의 민간용 이룽 2H가 만들어졌다.
이룽 2H는 앞서 2021년 7월 허난성에 발생한 폭우로 다수 지역의 통신이 중단됐을 때도 현장에 투입돼 재해 지역에서의 통신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했다. 약 16시간 동안 왕복 수천㎞를 비행하며 재해 지역에 5시간 동안 통신 신호를 제공했다.
자료=중국민항국·중국공업정보화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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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고도 경제 핵심 eVTOL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는 중국 저고도 경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중국은 전 세계 eVTOL 생산 50%를 점유하며 그 뒤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이 잇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량은 2위인 미국보다 약 3배 많은 상황이다. 중국 팡정증권은 2035년 eVTOL이 주도하는 중국 내 도시 간 운송 시장이 3447억위안(약 66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에는 40개 이상의 eVTOL 개발 회사가 있으며 대표적인 회사 ‘이항’이 드론택시로 개발한 EH216-S 무인항공기는 지난해 말 중국민용항공총국으로부터 감항인증(안전 비행 성능 인증), 지난 4월 생산허가증을 취득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H216-S는 eVTOL로서는 세계 최초로 감항인증을 받았고, 시범운항도 완료했다. 이항은 현재 600대 이상의 수주 주문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당수의 중국산 eVTOL 제품이 유럽과 미국 기관으로부터도 감항인증을 받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주량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 4월 상하이펑페이항공은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민간용 eVTOL ‘셩스룽(盛世龍)’을 일본 AAM 운영사에 인도했는데, 이 항공기는 2025년 오사카 세계 엑스포에서 시연될 예정이다.
관광 분야에서도 eVTOL이 활약할 공간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eVTOL이 자리를 잡으면 헬리콥터보다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용 역시 헬리콥터를 사용한 관광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eVTOL을 활용한 관광시장 역시 2030년까지 86억위안(약 1조7000억원) 규모에 달해 5년간 연평균 9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드론이 지난 8월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 구간에서 음식이 담긴 상자를 배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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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는 저고도 경제 정책은
중국은 중앙정부가 큰 틀을 만들면 지방정부가 각 지방의 특성에 맞춘 진흥 정책을 도입해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저고도 경제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2010년대 저고도 경제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 중국 정부는 2020년대 들어 저고도 경제를 국가 계획에 포함시키며 본격화했다. 2021년 ‘국가 종합 3차원 교통망 계획 개요’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저고도 경제를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격상했고, 올 들어서는 중앙·지방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신성장 동력으로의 저고도 경제 활성화를 명시했다. 또 ‘일반 항공 장비의 혁신 및 적용을 위한 실행 계획’을 통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새로운 민간 항공 산업 발전 모델을 수립해 저고도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일반항공장비 시장 규모 1조위안(약 193조7000억원) 달성을 명시했다.
지방정부들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수도 베이징시는 2024∼2027년 ‘베이징시 저고도 경제 산업 고품질 발전 촉진 행동방안’을 구상하고 2027년까지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 수 5000개 돌파, 10억위안(약 1937억원) 규모 선두기업 10개 육성, 주변 지역으로 통하는 저고도 항로 3개 이상 개통 등의 주요 목표를 세웠다.
선전시의 목표는 좀 더 구체적이다. 내년까지 저고도 항공기 이착륙 플랫폼 600 대 이상을 구축하고 도시 내 드론 루트 220개 이상 개설, 화물운송 드론 상용 비행 횟수 연간 300 만회 돌파 등을 내걸었다. 저고도 경제 산업체인에 기업 1700곳을 포함시키고, 이들의 생산액을 1000억위안(약 19조4000억원)으로 맞추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밖에 난징시, 쑤저우시, 주하이시, 우한시 등이 저고도 경제에 관심을 갖고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효율적인 저고도 하늘길 관리를 위해 드론 실명 등록 시스템도 개선을 거쳐 시행 중이다. 중국민항국은 2017년 ‘민용 드론 실명제 등록 관리 규정’을 발표하며 250g 이상 민용 드론을 관리 대상으로 명시하고 해당 드론을 구매한 소지자는 실명을 등록하게 했다. 지난해 기준 등록 드론 수는 126만7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 구간을 찾은 관광객들이 드론으로 배달된 음식을 먹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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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주목하는 저고도 경제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 각국에서도 저고도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22일 열린 비즈니스 항공 컨벤션에서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 운항을 위한 포괄적 훈련과 조종사 자격 인증 규정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eVTOL 에어택시 운항을 위한 인증 절차가 정해지면서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 내 eVTOL 개발 선두기업 조비 애비에이션과 아처 애비에이션 등은 2025년 말부터 상업 승객 운송 시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미국 ABC뉴스는 조비 애비에이션이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시험 비행을 무사히 마쳤다고 전했다. 조비 애비에이션 관계자는 “일반 택시로 뉴욕 맨해튼에서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49분이 소요되지만, 에어택시로는 7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일찍부터 저고도 항공기의 산업배치가 이뤄졌으며 특히 독일, 영국 등 서유럽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드론 3대 글로벌 제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도 도심 항공 교통 로드맵을 개발해 내년부터 제주도 관광 비행을 포함해 상업용 eVTOL 운영을 지원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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