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근력 운동을 한 지 두 달째 되던 날 “언제쯤 근력 운동이 좋아져요?”라고 묻는 내게 트레이너가 “회원님은 글 쓰는 게 좋으세요?”라고 반문해 놀랐다. 고개를 저으며 “20년 동안 한결같이 쓰기 싫은 마음으로 오늘도 쓰고 왔다”고 답했더니 그가 운동도 똑같다고 말했다. 하기 싫은 머리가 아니라 그냥 몸이 움직일 때까지 반복해 습관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술 끊어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공부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게 아니라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미루기 일쑤다.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의사에게 걷기 운동은 계속한다고 주장하거나, 동기 부여 영상을 보며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이런 미루기 심리에 힘입어 자기 계발 시장은 점점 커진다.
어떤 분야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동기가 아니라 기계적 반복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 잘하는 비결로 ‘생활 문장 1000가지’를 암기하라고 말하던 내 친구처럼 말이다. 암기가 어떻게 이해냐고 반문하던 내게 계속 반복하면 영어의 구조가 몸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더위만 지나가면 하겠다고 말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다르다. 미루기 중독자를 위한 처방책을 쓴 작가 스콧 앨런은 자꾸 미루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을 먼저 하라”고 충고한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 미루는 건 인생을 잔잔히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적당한 때란 영원히 오지 않는 법이다. 지금이 그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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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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