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해야”
강남 오피스텔에서 모녀 관계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피의자 박학선(65)의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 /서울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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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모녀(母女)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학선(65)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는 1일 살인 혐의를 받는 박학선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이 같이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結審)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30분 동안 판결문을 읽으며 박학선의 범행을 질타했다. 연갈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박학선은 피고인석에 들어서며 재판장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은 이른바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되는 교제 관계에서의 폭력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경우”라며 “(박학선을) 무기징역형에 처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하며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여생 동안 수감 생활을 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범죄는 존엄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비가역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로서, 그 특성 자체로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극히 잔혹한 방법으로 모녀를 연달아 살해했는데 피해자들이 느꼈을 감정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박학선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전에 피해자들을 살해할 것을 마음먹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정도로 신속하게 살인 범행의 실행에 착수했으며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집요했다”면서 물리쳤다.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된다”며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할 사유는 인정되지만 사형이 정당하다고 명백하게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결 과정에서 박학선은 ‘남은 재산을 모두 공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이 드러났는데, 재판부는 “공탁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설령 이뤄진다 하더라도 피해자 측이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하긴 적절하지 않다”고 지목했다.
이날 피해자 측 유족도 재판에 나와 선고 내용을 들었다. 유족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람을 2명이나 죽였는데 무기징역형을 받은 건 어이가 없다”며 “항소심에 간다면 사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학선이 남은 재산을 공탁하겠다는 내용을) 오늘 처음 들었다. 피고인 측으로부터 전화 한 통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학선은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교제하던 60대 여성 A씨와 그의 30대 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학선은 딸 B씨를 먼저 살해한 뒤, 도망가는 A씨를 비상계단 통로까지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사위가 “아내가 칼에 맞았다”는 취지로 신고를 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모녀는 이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결국 숨졌다.
박학선은 A씨로부터 “가족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 받자, 피해자들의 사무실로 따라 올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범행 이후 박학선은 택시 등을 타고 도주했지만, 범행 13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얼굴과 이름·나이 등을 공개했다.
수차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한 박학선은 다른 여성과 이미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면서도 A씨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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