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영업이익 반토막…대우건설은 67% 급감
"내년 실적도 불투명…'물가 반영' 새 현장 비중 늘어야 실적 개선될 것"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부동산 시장 침체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자잿값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추세여서 당분간 이런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천14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1%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22.4%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22.1% 줄어든 2천36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은 23.5% 감소한 475억원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 모두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 30일 실적을 공시한 대우건설은 6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7.2% 감소해 주요 건설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GS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5.9% 증가했으나 전분기와 비교하면 12.5% 줄었다.
다만 DL이앤씨는 영업이익이 83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으며 전분기 대비로는 155.9% 급등했다.
실적이 하락한 건설사들은 공통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특히 국내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실적 하락 폭이 큰 편이었다.
현대건설은 실적 발표 후 보도자료에서 "원자잿값의 지속 상승과 안전·품질 투자비 반영 등의 영향으로 원가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도 실적 감소 원인에 대해 "원가율 상승과 일부 현장의 추가 원가 반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그만큼 이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집계하는 건설 공사비 지수는 최근 3년 새 26% 상승했다. 건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 상승 폭은 이보다도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3년 새 50% 이상 올랐다고 본다"며 "특히 인건비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설사의 실적 하락세가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가 상승세가 여전한 데다 건설업은 계약 시점과 준공 시점까지 상당한 시간 차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건설 현장에서 재협상을 통해 공사비가 증액됐지만 증액분이 반영되기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과거에 낮은 원가로 계약된 현장 수가 줄어야 한다"며 "새 현장들은 최근 물가가 원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새 현장 비중이 늘어나면 실적 중화 작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경쟁력이 향후 실적 개선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영증권 박세라 건설·건자재 담당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업종 보고서에서 "올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로 촉발된 재무 건전성 위기를 넘기는 데 주력했다면 내년은 그 위기를 넘어선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며 "정상 수준의 이익률은 어느 수준인지, 해외 수주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등 이익 성장의 신뢰를 주기 위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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