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와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의 계열분리가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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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에 따르면, 정유경 총괄사장은 부회장직을 건너뛰고 곧바로 ㈜신세계 회장직에 오른다. 2015년 총괄사장직을 맡은 지 9년 만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부사장)는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채양 대표가 겸직해온 이마트24 대표직은 송만준 이마트글로벌사업부장이 맡는다. 이마트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편의점 사업은 '노브랜드 중심 모델'로 개편하기 위해서다.
제주소주 사업 매각(9월 오비맥주), 스무디킹 사업 철수(2025년 10월 예정) 등 사업을 구조조정해 온 신세계L&B와 신세계푸드의 대표도 교체한다. 두 회사의 대표직을 겸직했던 송현석 대표가 임기를 마무리한다. 신세계L&B 대표 자리엔 외부인사인 마기환 나라셀라 영업마케팅총괄 전무이사를,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을 내정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을 선임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로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했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 남매경영 본격화 =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분리해 별도법인을 설립하면서 '남매경영'을 본격화했다. 2016년엔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당시 정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를 정 총괄사장에게,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 지분 2.5%를 정 회장에게 양도했다.
앞서 2019년엔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하고, 계열사 분리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푸드, SCK컴퍼니,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건설,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을 계열사로 두고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호텔, 건설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신세계는 대전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백화점, 면세점, 패션‧뷰티 사업을 전개해 왔다. 신세계그룹 측은 "올해 본업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정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분리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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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야 할 장벽 = ㈜신세계와 이마트가 완벽한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공정위에 계열분리(친족독립경영) 인정을 신청하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요건을 심사한다.
상장사의 경우 계열사 간 지분 보유율이 3.0% 미만(비상장사는 10.0% 미만)일 것, 계열사 간 임원 겸임 없을 것, 계열사 간 채무보증 없을 것,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등 법 위반 전략이 없을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 풀어야 할 숙제 = 물론 그보다 중요한 건 '두 회장'이 오너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정용진 회장은 성공작만큼 실패작도 많이 남겼고, 정유경 총괄사장은 검증대에 제대로 올라선 적 없다. 그렇다고 유통업의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이마트의 경우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의 업황이 워낙 좋지 않고, ㈜신세계 역시 백화점 사업 부문에서 경쟁사들이 약진하고 있다"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한 만큼 오너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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