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MT리포트] 2024 국정감사 스코어보드 (上)
━
정쟁이 집어삼킨 'D-' 짜리 국감…남은 건 정치혐오 뿐
━
하상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024 국정감사 평가 및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국정감사에 대해 시민단체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이 매긴 점수는 'D-(D마이너스)'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둘러싼 정쟁이 국감을 집어삼켰다. 정부에 대한 감시라는 국감 본연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거나 수시로 감사 중지와 재개를 반복했다. 막말과 삿대질도 빠지지 않았다. 국감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관행과 행태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9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및 관련 기관 대상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회는 지난 7일 시작한 2024년도 국정감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다음달 1일까지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들에 대한 국감까지 마치면 22대 국회의 첫 국감는 완전히 종료된다.
이번 국감에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상 최대규모인 총 802개 기관이 피감 대상으로 선정돼 17개 상임위의 감사를 받았다. 국감의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만 500명을 넘고 참고인까지 합쳐 1000명이 소환됐다.
일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2022년 0명, 2023년 6명이었던 일반 증인이 85명으로 급증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일반 증인만 149명을 불렀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증인을 신청하고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신청을 일방 처리한 결과다. 소수인 여당은 증인 의결 시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항의했을 뿐 별다른 저항수단이 없었다.
각종 의혹 규명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위원당 하루 질의시간은 15분에 불과하다. 증인심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의원당 5분 정도임을 고려하면 마구잡이식으로 증인을 불렀다는, 국회의 '갑질' 논란이 불가피하다.
일부 상임위원장의 진행방식도 논란으로 남았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7일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발언이 전체 의원 감사시간의 19.9%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여당 위원의 발언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18일 서울고검 대상 국감에서 소속 위원 평균질의 시간의 5.75배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희 위원장은 이같은 국감 진행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당하자 "의혹제기에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맞제소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에 의석수가 치우쳐있는 현재 국회 구조상 정부를 견제한다는 국감 본연의 취지보단 야당이 정부를 통제하려 들었다는 게 맞는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과 김건희 여사 의혹 제기 등 국감이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일부는 국회 모독죄를 운운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은 이번 국감에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파워풀' 초선부터 '관록의' 중진까지···22대 국회 첫 국감 스타는
━
2024 국정감사 스코어보드 최상위 여야 의원은/그래픽=윤선정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정감사는 흔히 '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행정·입법·사법부가 상호 견제토록 한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의 의미는 매우 크다.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민생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대안까지 끌어내는 등 눈에 띄는 정책 질의를 한 의원들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상임위원회별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더300 기자들은 지난 7일부터 29일까지 주요 상임위 국감장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늦은 밤까지 지키며 의원들의 질의를 직접 보고 듣고 평가했다. 정부의 실책을 제대로 지적하면서도 보여주기식 호통, 무의미한 정쟁성 발언은 지양하고 생중계를 지켜보는 국민들 앞에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 의원들이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독창성, 화제성, 성실성 등도 고루 반영했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전 대구 중구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대구지방국세청, 대구본부세관, 대구지방조달청, 동북지방통계청,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포항본부에 대한 2024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서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 세 사람이 나란히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 의원은 정부가 상속세와 증여세를 개편하는 이유에 대해 여당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고 올해 총선 전 정부의 재정집행이 과도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4년 전인 2020년의 재정집행 규모를 들어 반박하는 등 논리적으로 정부 정책을 방어했다. 수비수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제2금융권 차주들의 연체율 문제도 지적했다.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는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모듈러 교실' 부실 시공 의혹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문제에서부터 부실한 전세대출보증의 무분별한 대위변제 문제까지 굵직한 경제 이슈들을 매 국감 빠짐없이 꾸준히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현안이 되는 중요 이슈를 선택하고 핵심 문제만 짚어냈을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장이나 주요 증인들로부터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배달의민족을 대상으로 우대 수수료 제도 확대 취지의 답변을 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시종일관 정책질의 노력을 이어갔다. 특히 일관되게 '엄벌주의' 필요성을 밝힌 끝에 종합국감에서는 박성재 법무장관으로부터 "사형제가 존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드물게 정책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안질의 측면에서도 무리한 논리 비약이나 상대편 공격, 비방, 호칭 생략 등 태도 문제없이 적정 선을 지키면서 합리적으로 국감을 이어가 호평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4선 중진으로서 3주 내내 꼼꼼한 정책질의를 했고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을 위한 임금 격차 해소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역량 강화 등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종이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기초적인 실태 파악조차 못하는 정부 실책을 지적, "월간 5억원 이상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전수조사하겠다"는 오영주 중기부 장관 답변을 끌어냈다. 김종민 무소속 의원은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다양한 상임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러 발전적 제안들을 던져 국감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에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등 장애인 문제에 집중하고 제도의 허점을 짚는 등 차별화되고 전달력 높은 정책국감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도 일관되게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야당 의원으로서 날카로운 질의를 진행해 주목받았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임 복지부 산하기관장다운 깊이있고 굵직한 '한 방'이 있는 질의를 통해 복지부 사과를 이끌어내는 등 맹활약했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노위 국감 9년차'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증인 출석을 앞장서 이끌어냈고 고용노동부 국감 때 '임금체불 근절'을 제시하는 등 국감 전반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은행원 출신으로서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이력에 어울리게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춘 꼼꼼하고도 강도 높은 질의로 주목받았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민 KBS 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4.10.14.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갑질과 조세회피 의혹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실생활에 밀착한 주제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도 과학기술 인재 이탈 문제, 원전 보안 시스템 문제 등 굵직한 문제들을 짚는 등 국감 기간 내내 정책에 주안점을 뒀다.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에서는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현장을 발로 뛰며 해외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은 열선시스템 제품을 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감 초반부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차관 출신답게 매우 구체적인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선점까지 제안하는 등 격조높은 질의를 선보여 박상우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감탄하고 감사하다"는 반응까지 끌어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보수의 가치는 살리면서도 야당과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기후위기 대응, 공공형 계절근로자 관리 인력 부족 문제 등 민생 문제도 잘 짚어냈다는 평가다.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농수산물 공영도매법인의 과도한 재배당 문제를 효과적으로 비판하는 등 국감 내내 피감기관을 긴장케 하는 송곳질의를 하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태도를 보여줬다.
교육위원회(교육위)에서는 국감 초반부터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놓고 여야 긴장감이 팽팽해 정쟁 국감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고민정 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등을 필두로 다양한 교육 현안이 다뤄졌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풍부한 현장감을 전달하면서도 반박이 어려운 지적들을 쏟아내 최고점을 받았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전달력 높은 정책 질의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탄탄한 조사를 토대로 한 '완성형' 질의로 각각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서울특별시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향해 한강의 채식주의자, 프란츠 카프카 변신·단식광대 책을 든채 질의하고 있다. 2024.10.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