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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자유무역 시대 끝났나…EU, 中전기차에 45.3% 관세폭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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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위원회 본부 밖에 유럽연합(EU)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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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보호무역주의 시대로의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에선 전기차가 그 진원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7.8∼35.3%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해 최종 관세율은 17.8∼45.3%가 된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최고 관세율인 45.3%을 적용받는다. 지리자동차는 28.8%, BYD는 27.0%다. EU는 자체 조사 협조 정도 등을 고려해 관세율을 정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의 배경을 “중국 내 전기차 밸류체인(가치 사슬)은 불공정한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전기차 생산업체에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가 자국 보조금의 도움으로 가격을 낮춘 탓에 유럽 자동차 제조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내 중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2023년 21.7%로 급증했다. EU가 2035년부터 신규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BYD, 상하이자동차 등이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가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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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중국 동부 저장성 진화에 있는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 생산 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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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EU 의뢰로 작성한 ‘경쟁력 보고서’에서 유럽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전기차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가장 저렴한 유럽산 전기차는 저가 내연기관차보다 92% 비쌌지만, 중국산은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이 내연기관차보다 8% 더 저렴했다는 것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향후 5년 안에 EU 현지 생산량의 10% 이상이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전했다.

반면 중국 내에서 유럽 자동차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84년 SAIC와 합작법인 상하이폭스바겐을 만들며 40년 가까이 중국 시장을 장악해왔던 폭스바겐이 직격탄을 맞았다. BYD의 추격에 중국에서 쫓기는 것은 물론 안방인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물량 공세에 밀렸다. 결국 폭스바겐은 1937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세 곳을 폐쇄하겠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현재 임금 삭감, 수만명 규모의 직원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아우디 등도 향후 수년간 유럽 내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거나 줄어드는 추세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은 새로운 관세율을 발표한 직후 “경쟁은 환영하지만, 공정성과 공평한 운동장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높아져가는 세계의 무역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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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중국산에 밀리는 한국산 전기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마크라인즈]


EU의 조치는 세계적으로 최근 강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흐름 위에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내년부턴 미국인과 미국 법인이 중국의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에 최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며 미·중 간 돈줄도 끊었다.

이에 중국도 보복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매긴 나라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하며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EU 조치에 대해선 수입 대형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각국이 시행한 무역 왜곡 조치 건수는 2019년 1000건에서 현재 3000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자원 배분의 효율을 중시하던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국가 간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유무역주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목소리도 점차 나오고 있다.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는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30개국(G30) 국제은행 세미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 무역은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흥국은 무역 상대국에게 아무리 많은 혜택을 주더라도 ‘과잉 생산’으로 비난 받는다”면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지난 17일 “많은 나라에서 제한적인 무역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무역은 처음으로, 더 이상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성장 전망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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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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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튀르키예, 브라질도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높이는 등 관세 장벽을 높이는 나라도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유무역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IMF, 세계은행, WTO에 대한 신흥국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세계 경제 권역의 균열이 커지는 이유로 설명했다.

자유무역주의의 쇠퇴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IMF는 지난 23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보호주의 정책의 강화는 글로벌 무역 긴장을 악화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촉진한 혁신과 기술이전의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제한해 중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관세 전쟁이 세계적 물가 인상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6년 동안 관세 인상, 수출 통제, 금융 제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래 기술에서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목적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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