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드론, 3D프린팅 등 맞춤형 건설로봇 개발
불가리아 원전 엔지니어링 계약 눈앞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경기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내 로보틱스랩에서 일본 오사카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원격 조종하는 모습. 현대건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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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공상 영화를 보면 로봇이 인간 대신 거친 현장에 투입돼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이런 일들이 건설 현장에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3D프린팅 로봇이 아파트 정원에 들어갈 조형물을 찍어 내고 무인 드론이 건설 현장 곳곳을 날아다니며 위험 요소를 찾아 인간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국내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이처럼 로봇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로보틱스'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인구 고령화, 수도권 집중 등 탓에 심각한 인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데, 로봇 기술이 현장의 인력난과 구조적 안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건설은 2019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로보틱스랩을 구축했다. 관련 연구실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듬해 전담팀까지 만들어 건설 맞춤형 로보틱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무인 순찰 드론, 시공 로봇, 원격 현장관리 플랫폼 등이 개발돼 현장에서 시범적용 중이다.
로봇에 진심인 현대건설
6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있는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내 로보틱스랩에서 최근 개발된 로봇을 선보이는 '혁신 연구개발(R&D) 건설로봇 기술 시연회'가 열렸다. 이날 현대건설은 9개의 건설로봇을 선보이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뽐냈다. 이 중 원격 타워크레인 '타와레모(TawaRemo)'가 참석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타워크레인은 고층으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는 건설장비다. 다만 운전석이 타워의 최상부에 달려 있다 보니 운전원이 매일 타워를 오르내려야 하는 수고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운전자 안전이 중요하다 보니 날씨가 궂은 날엔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현대건설이 선보인 원격 타워크레인 타와레모는 운전원이 타워 끝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 지상 조종석에서 원격으로 타워크레인을 운전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타와레모의 카메라와 다면 센서를 통해 타워크레인 상부의 영상은 물론 진동과 풍속 등의 데이터가 지상 조종석으로 실시간 전달되는 덕분이다. 운전원은 크레인을 오르내리는 시간을 하루 평균 90분가량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시연회는 마북동 로보틱스랩에서 일본 오사카 현장에 위치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장거리 원격 조종을 선보여 특히 이목을 끌었다. 저지연 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덕분에 한국에서 약 800㎞ 떨어진 일본 타워크레인의 높이와 거리, 회전 각도 등을 바로 조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 기술을 계속 시험 중인데, 실제 도입되면 원격 제어로 운전원의 작업 여건이 개선되는 건 물론 높았던 타워크레인 운전 진입 장벽이 낮아져 신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프린팅으로 제작한 힐스테이트 용인 둔전역 H-Eye Planter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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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대건설이 2019년부터 기술 개발에 나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건설용 3D프린팅은 기술 완성도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7개의 축으로 제어가 가능한 다관절 로봇과 최적의 출력 조합을 추론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 최근엔 정밀한 패턴의 비정형 구조물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렇게 제작된 구조물은 힐스테이트 용인 둔전역에 설치됐고,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2024'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밖에 경북 경주시에 있는 현장을 원격 조종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무인 드론, 작업자의 접근이 어려운 고위험 환경에서 정밀작업과 200㎏의 고하중 자재 운반이 가능한 양팔 로봇, 빌딩 도장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자율주행 도장 로봇도 시선을 끌었다.
불가리아 원전 수주, 8부 능선 넘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위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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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지만 고품질 집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핵심은 원전이다.
현대건설은 차세대 원전사업 로드맵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데다 탄소 중립 수단으로 원전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이유로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다 원전 건설', '해외 첫 원전 수출'이란 꼬리표가 달릴 만큼 원전 기술 강자다. 국내외 한국형 대형 원전 36기 중 24기의 시공 주관사로 참여하며 국내 건설사 중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 방식을 모두 시공한 이력을 보유한 최초 건설사가 바로 현대건설이다. 최근 3조1,000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공사 수주를 따내 다시 한번 절대 우위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시장의 관심은 곧 공개될 불가리아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의 최종 계약을 현대건설이 따낼 것인지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1,1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공사로 사업비만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입찰에서 벡텔, 플루어 등 해외 유수 기업이 참여했지만 현대건설만 사전 요건을 충족, 단독으로 의회 승인을 받은 터라 시장에선 최종 계약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 모듈원전, 원전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나아가 원자력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까지 현대건설은 원전 산업 전 분야에 걸친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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