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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10년간 쌓인 학생 인건비 6000억원... 정부 “일부 환수해 석·박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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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펜드에 주는 것 아니냐”
이공계 교수들 대거 반발하자
과기정통부, 30일 공청회 열고
“연구장학금 재원은 별도마련”


매일경제

지난달 13일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서울 종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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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준비중인 ‘이공계 석·박사 처우 개선 정책’에 이공계 대학 교수들이 대거 반발하고 나섰다. 각 대학 연구자들이 그동안 적립해놓은 학생 인건비 적립금(약 6000억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스타이펜드)’ 제도의 재원으로 쓴다는 오해가 불거지면서다.

교수들은 적립금이 학생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쓰일 경우 안정적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생인건비 잔액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학생인건비 적립금과 스타이펜드는 별개로 스타이펜드를 위한 별도 재정이 마련됐다”며 “내년 정부 예산안에 600억원이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내 학생인건비 잔액은 연구기간이 끝나면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부터 과제 종료 후에도 연구책임자별로 학생인건비를 적립 및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학생연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은 적립금이 과도하게 쌓였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10억원 이상을 적립하는 연구자가 10명 이상이고 최고 50억원까지 적립한 연구자들도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의대쏠림 등 이공계 석·박사 인재 유출이 심각한데, 학생인건비 실지급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모든 연구책임자가 적립금의 일정비율을 기관계정에 기관 계정으로 이체하는 것이 골자다. 이 조치로 학생에게 인건비를 추가 지급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또 다른 이공계 학생 처우개선 정책인 ‘한국형 스타이펜드’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공계 석사에게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최소 110만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학기술원의 한 교수는 “적립금은 연구자들이 학생들의 인건비를 보장하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것”이라며 “이를 스타이펜드 재원으로 쓴다는 것은 정부가 그저 이공계를 챙긴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연구자들의 쌈짓돈을 뺏어가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과기정통부는 스타이펜드와 학생인건비 적립금은 별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학생인건비 적립금 제도는 공청회를 통해 계속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발표된 당초안과 달리, 일부 과도한 적립 사례에 대해서만 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학생 인건비를 1년치 이상 적립하고 있는 연구 책임자를 대상으로 ‘연말기준 잔액-학생인건비 1년치 지급분’의 20%를 기관 계정에 이체하는 방안이다.

개편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 개정 과청을 거쳐야 한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말 잔액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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