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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단독] ‘얼차려’에 죽은 훈련병…가혹행위 눈감은 ‘얼빠진’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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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월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체육관 입구에는 최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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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육군 제12사단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사단 감찰부가 해당 부대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신병교육대대에서 구타·가혹행위·인격모독 등 인권침해가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런 결과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의견표명도 하지 않았다.



30일 한겨레가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 관련 인권위 방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사단 감찰부가 사망사고 발생 뒤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 인원 2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기존 훈련병 교육에 인권침해적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훈련병들은 구타, 가혹행위, 폭언, 욕설, 인격모독, 신병교육 및 훈육을 빙자한 얼차려, 기본권 보장 미흡, 진료상의 어려움 등의 인권침해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일주일여의 방문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 군인권보호국은 방문조사 보고서에 이런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첨부한 뒤 정책권고와 의견표명안을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 올렸다. 보고서엔 “사고 발생 후 사단 감찰부에서 한차례 실시한 주요 설문 결과만 확인하더라도 신교대대의 훈련병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사단 차원에서 사전에 충분한 고충 접수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했다면 금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결과는 ‘침묵’이었다. 지난달 24일 열린 인권위소위 회의에서 별도의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3인의 소위 위원 가운데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과 한석훈 위원은 “군이 자체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했으니 맡겨두자”며 의견표명에 반대했다. 육군은 사고 이후 육군 훈련소 및 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대상으로 현장확인을 해, 군기훈련 과목에서 훈련병 대상의 군장보행 등 신체활동을 동반한 군기교육 항목을 삭제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했다.



인권위의 의견표명 포기는 지나치게 안일한 대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권위 보고서는 “육군은 과거에도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면 유사한 접근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곤 했다”며 “그럼에도 이번 사망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후속조치가 일회성으로 종료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훈련병 박아무개씨는 육군 제12사단에서 지난 5월23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25kg가량의 완전군장을 착용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뒤인 25일 숨졌다. 춘천지검은 지난 7월 직권남용 가혹 행위, 학대치사 혐의로 해당 부대의 중대장(27)과 부중대장(25)을 구속 기소했다.



김성회 의원은 “군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할 인권위가 의견표명 하나 없이, 군에 대한 결과 통보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은 직무 해태”라며 “인권위가 군 인권 보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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