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자민당·제1야당 입민당 모두 '캐스팅보트' 유신회·국민당에 손길…국민당 "연정없다" 선긋기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침통한 표정으로 제50회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언론의 질문을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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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참패한 이후 차기 총리 선출을 둘러싸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총리 선출의 캐스팅보트를 쥔 일본유신회(유신회)와 국민민주당(국민당)을 향해 여야가 손을 내밀고 있지만 연정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선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을 유지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30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148석을 획득한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유신회 바바 노부유키 대표, 일본공산당(공산당) 당대표인 다무라 도모코 위원장과 당수회담을 열 방침이다.
지난 27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191석을 획득,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연정을 맺은 공명당(24석)과 합쳐도 과반에 못 미친다. 제1야당 입민당 역시 148석으로 자민당과 의석 격차를 크게 줄였으나 역시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38석을 획득한 유신회, 28석을 획득한 국민민주당(국민당)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상황. 공산당 의석수는 8석이다.
노다 대표는 지난 28일 당 회의에서 "자민·공명당과 이야기하기 전 야당 간 제휴가 먼저"라고 말했다. 자민·공명 연정과 협력보다 야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입민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전신으로 둔 국민당은 입민당과 연정을 맺지 않겠다고 이미 선을 그었다. 곧 있을 특별국회 총리 선거에서 자당 수장인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에게 투표하겠다는 것. 국민당 측은 "자민당에서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투표용지에) 다마키라고 쓴다"며 자민당과 연정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신회도 "외교, 헌법, 안보, 에너지, 경제 정책에서 생각이 크게 다르다"며 입민당과 거리를 두겠다고 했다. 유신회는 자민·공명당과 함께 보수 3당으로 불린다.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입민당과 발맞추기 쉽지 않다. 비(非)자민당 성향 보수층이 지지 기반인 만큼 자민당과 연정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도모코 위원장만이 입민당의 야합 제안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다만 국민당이 요구하는 정책을 자민당이 수용한다면, 국민당이 자민당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당이 요구하는 핵심 정책은 소득세 공제액 상한을 인상하는 것. 일본 현행법상 근로소득은 연 103만 엔까지만 공제된다. 연 103만 엔 이상 소득자는 근로소득세를 부과받는다. 뿐만 아니라 부모 앞으로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부모의 세 부담도 늘어난다. 국민당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상한액이 너무 낮다며 세제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국민당을 협력을 끌어내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어가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시바 총리는 예산안이나 중요 법안 등을 안건별로 합의하는 '부분 연합'을 타진 중"이라며 "올해 보정예산안, 내년 예산안에 대해 편성 단계부터 국민당을 배려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보도했다. 다마키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좋은 정책에는 협력한다"며 부분 연합 제안에 응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입민당 내부에서도 정권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의 당 간부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노다 대표가 총리 지명을 받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며 총리 선출 선거에 앞서 야합을 제안하는 것은 여당과 대결 구도를 세우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기본 전략은 제1야당으로서 정권 비판을 강화하고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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