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선거 조작 음모론 확산 가능성
선거구 재검표·소송 압박도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수사하고 있는 잭 스미스 미 연방 특별검사가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수사 문서에는 당시 대선 결과를 전복하고자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들이 담겨 있다. 그는 전용기 안에서 딸 이방카 부부에게 "선거에서 지든 이기든 상관없다.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싸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불복 투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또 당시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대선 결과를 확정해야 하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겐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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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행적을 의식한 듯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대선 불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9월30일~10월6일 성인 5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해도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응답자는 74%에 육박했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하더라도 상대 후보를 합법적인 미국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는 32%로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61%)의 절반 수준이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종합한 바에 따르면 정치·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색이 짙어질 경우 그가 취할만한 행동을 크게 2가지로 보는 분위기다. 첫째는 허위 정보 유포를 통한 불신 조장이다. 2020년 대선 때처럼 민주당이 수천 명의 외국인을 유권자로 불법 등록해 민주당 후보를 찍게 하고 있다거나, 우편 당국이 우편 투표 집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다시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은 물론,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엑스(X·옛 트위터)와 2억명의 팔로워는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물밑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권자 명부 관리 방식, 우편 투표용지 제출 기한, 부재자 투표 등 올해 미 전역에서 공화당 단체들이 대선 규칙 및 관행을 두고 제기한 소송만 90여건에 이른다. 2020년 대선 주기에 제기된 소송의 3배 수준이다. 이를 두고 NYT는 "소송의 규모나 타이밍을 고려할 때 더 큰 목표가 숨겨져 있음을 시사한다"며 "민주당을 찍을 것 같은 잠재적 유권자들을 투표에서 배제하고 차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법리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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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면 다음으로는 '시간 끌기' 작전이 개시될 수 있다. 주 및 카운티의 선거 관리 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근소한 표 차로 귀결된 선거구에 소송을 걸어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 같은 일부 경합주는 개표 시간이 다른 주보다 더 오래 걸려 승자를 선언하기까지 몇주가 소요될 수 있다"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이 같은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져 대중을 선동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간 끌기 작전이 성공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각 주는 12월 11일까지 선거 결과를 인증해야 하며, 인증된 선거 결과는 주별 선거인단이 6일 뒤인 17일 회의를 통해 의회에 송부하게 돼 있다. 이듬해 1월 3일 새 회기가 개시되면 의회는 의장을 선출하고 사흘 뒤인 6일 대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공식화해야 한다. 문제는 재검표 및 소송전으로 이 같은 일련의 대선 결과 인증 과정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WP는 "1월 6일까지 의장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의회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며 "특히 하원의 경우 의장이 없으면 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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