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우크라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엑스 계정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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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소수가 이미 우크라이나 안으로 진입했다는 미국 시엔엔(CNN) 보도가 29일(현지시각) 나왔다.
시엔엔은 이날 두 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소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안에 있고,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끝마치고 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그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정원과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이 앞서 북한군 일부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확인한 데서 더 나아간 내용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뒤 쿠르스크 영토를 일부 점령하고 있다. 다만 시엔엔은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아직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는 보도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엔엔은 두 관료 중 한 명이 “북한군 상당수가 이미 활동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5일 연설에서 북한군이 27∼28일 전장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뒤 28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제4차 우크라이나-북유럽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선 “북한군 3000여명이 이미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 주장과 관련해 “정보나 첩보가 입수되고 있는데 확인 단계로, 최종적으로 이동했다고 확정지을 정도는 아니”라며 북한군의 전투 여부는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도 북한군을 전장에서 대면하거나 교전했다는 공식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소수가 이미 우크라이나 안으로 진입했다고 미국 시엔엔(CNN)이 29일 보도했다.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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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엔엔 보도에 앞서 리투아니아 쪽에서도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투입됐고, 전사자도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지원단체인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지난 28일 현지 언론 엘아르티(LRT)에 “지난 25일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부대와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처음 육안 접촉을 했다”며 “내가 알기로 북한군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고, 살아남은 한 명은 그가 부랴트인이라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랴트인은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에 거주하는 몽골계 원주민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부랴트 지역 주민 등의 위조 신분증을 발급해 북한군 신분을 은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러시아에서 훈련받은 첫 번째 북한군 병력이 지난 23일 쿠르스크주에 배치됐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오만 대표는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역할을 할 거란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첫번째 징후는 6개월 전에 나타났고, 당시 북한군이 벨라루스에 있으며 일부 벨라루스 부대와 훈련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시 북한군과 훈련받은 벨라루스 부대는 제103공수여단이었다고도 특정했다. 이어 “북한군이 도네츠크 지역에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며 “정보 장교와 러시아 요새 건설을 도울 엔지니어 등 소수의 인원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 몇 달 전 우크라이나에서 (우리 단체가) 넘겨준 드론에 의해 북한군이 처음 사망한 것으로 안다”고도 주장했다. 오만 대표는 도네츠크 지역에 꽂힌 북한 국기라며 해당 국기를 들고 있는 군인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지난 4일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는데, 당시 러시아 소셜미디어(SNS)는 북한군 장교와 사병들이 병력 훈련에 참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파병될 북한군 병력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은 연말까지 모두 1만900명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했고, 미국 국방부는 지난 28일 북한이 병사 약 1만명을 러시아 동부로 보냈다고 발표하는 등 이동 병력 수는 1만명 선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서방의 한 관리는 시엔엔에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전 세계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이 문제를 주시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의 오만 대표는 “(북한군) 숫자는 8만8천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기밀 정보에 의한 것”이라며 선박이나 항공기 등으로 북한군을 이송하는 기지가 4곳 있다고 주장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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