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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2년 전 이태원 그 길에…불빛, 꽃,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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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저녁 한 시민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기억과 안전의 길’에 앉아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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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더 이상 네가 없다는 사실이, 네가 우리와 함께 한 살씩 나이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보고 싶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난 아직도 그 방법을 모르겠어. (중략) 나중에는 웃으면서 널 보러올게. 연주야 너무너무 보고 싶다. 사랑해 내 친구.”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 중)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저녁,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기억과 안전의 길’과 희생자들의 분향소가 처음 차려졌던 녹사평역 광장에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참사 당일 첫 112 신고 시간을 뜻하는 이날 저녁 6시34분부터는 서울 용산구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가 열렸다. 시민 10여명은 골목에 앉아 참사 2주기 구술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펼쳐 들고 조용히 독서를 시작했다. 행동독서회가 열린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시민들이 종일 피우고 간 향냄새와, 함께 놓인 수십 개의 국화 향이 가득 찼다. 한쪽에는 화려한 분홍색 꽃다발과 함께 추모 편지가 놓였다. “혹여나 언제 어디서 새 생명으로 시작했다면, 처연한 국화 대신 축복과 환희와 축하의 나날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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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6시34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는 행동독서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참사 2주기 구술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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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7시부터는 녹사평역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가 열렸다. 시민들은 지난 2년간 참사 현장과 분향소에 남겨졌던 추모 메시지들을 돌아가며 낭독했다. 시민들은 흐르는 눈물에 목이 메어 잠시 낭독을 멈췄다가도, 다시 한 자 한 자 읽어 나갔다.



낭독에 참여한 이상민(29)씨는 “용산에서 나고 자랐다. 집 앞을 나서면 참사 직후 희생자분들이 잠시 머물러 간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이 눈에 보인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싶어 지난주 토요일에도 이태원을 찾아 노래하고 행진했다. 완성하지 못한 축제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참사 이후 슬픔에 잠겨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가은(22)씨는 한겨레에 “최근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보며 여전히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어 낭독문화제에 참석했다”며 “참사 2주기인 이번 주를 생각보다 담담하게 보냈는데, 막상 메시지를 읽으니 그 안에 담긴 그리움이 갑자기 확 와 닿아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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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가 열린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한 시민이 녹차를 두고 간 모습. 고나린 기자


이날 녹사평역 광장에는 조용히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간 시민들도 있었다. 추모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공간에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어야 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등의 메시지가 붙여졌고,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시민은 “날씨가 춥다”며 광장에 녹차를 두고 갔다.



유가족 등의 추모 편지 낭독도 이어졌다. 자신을 한 참사 희생자의 친구라고 밝힌 신홍누리(34)씨는 “희생자의 친구들도 여전히 상실 속에서 살고 있고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어 이 자리에 왔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나는 언니가 이름도 사진도 없이 그냥 159명 중 한 명으로 사라질까 봐 너무 두려워. 그래서 나는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중이야. 언니는 숫자 1이 아니라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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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메시지 낭독문화제’에서 한 시민이 2년간 참사 현장과 분향소 등에 남겨졌던 추모 메시지들을 읽고 있다. 고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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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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