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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머스크·베이조스의 전용기…지구 짓밟는 억만장자 탄소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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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후변화의 여파로 2022년 여름 파키스탄은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옥스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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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일론 머스크 등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23명이 전용기를 타면서 배출한 탄소는 평균 2074톤으로, 일반인 1명이 300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 혼자 소유한 전용기들만 한 해 5497톤을 배출했는데, 이는 일반인 개인이 843년 동안,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개인이 5437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8일 ‘생명을 죽이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명이 사치스러운 교통수단과 오염을 유발하는 금융 투자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그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연구 결과 이들이 전용기, 대형 요트, 금융 투자 등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은 소득 하위 2%인 극빈층 1억5500만명이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보고서는 억만장자들의 전용기, 요트 등 교통수단과 투자 활동 등을 모두 살펴본 첫 연구로,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기후 붕괴를 가속화하고 일반인들의 삶과 경제에 피해를 입히는지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 상위 50대 억만장자 중 전용기를 소유한 23명은 지난해 평균 184회 총 425시간을 비행했다. 이들은 한 해 동안 평균 2074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일반인 한 명이 300년 동안, 소득 하위 50%에 속한 개인이 2000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다. 이들 중 세계 2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대 2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전용기는 연간 총 5497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일반인이 834년 동안, 소득 하위 50%의 개인이 5437년 동안 배출하는 양이다. 미국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전용기 두 대도 1년 중 약 25일 동안 비행하며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아마존 직원들이 평균 207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양과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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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은 28일(현지시각) 발간한 ‘생명을 죽이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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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억만장자 50명 가운데 18명이 대형 요트 23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한 해 동안 평균 1만2465해리를 이동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이 남긴 ‘탄소발자국’(연료 소모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유발하는 배출량까지 계산한 결과)은 한 해 평균 5672톤으로, 일반인이 860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됐다. 월마트의 소유주인 월튼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 요트 3대는 연간 1만8천톤의 탄소 발자국을 남겼는데, 이는 월마트 매장 직원 1700여명의 탄소 배출량에 해당한다.



억만장자들의 탄소발자국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투자였다. 억만장자들은 최고경영자(CEO) 또는 자기자본 투자자 자격으로 세계 상위 50대 상장기업의 34%, 상위 10대 기업 7곳을 지배하고 있다. 옥스팜은 2018년 이후 2028년까지 10년 동안 세계 상위 50대 억만장자들의 투자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이 2050년까지 25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에콰도르나 불가리아 같은 나라의 한 해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연구에서 옥스팜은 억만장자 50명이 투자를 통해 유발한 탄소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해보면 평균 260만톤에 달한다고 옥스팜은 분석했다. 전체 투자 가운데 40%를 석유, 광업, 해운, 시멘트 등 오염 산업에 투자한 결과다.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500개 기업을 망라한 ‘에스앤피(S&P) 500’에 투자했을 때보다 환경 오염 유발이 두 배나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들이 ‘저탄소’ 산업에 투자했다면, 탄소배출량은 13배 낮아졌을 것으로 옥스팜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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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소득 상위 10%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50%를 배출하고 있는 반면, 하위 50%는 단 8%만을 배출한다. 옥스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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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기후붕괴 위험 없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제한적이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탄소예산’이라 하는데, 옥스팜의 계산 결과 모든 사람이 세계 상위 1% 부유층만큼 탄소를 배출하면 탄소예산은 5개월 뒤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세계 상위 50대 억만장자들처럼 탄소를 배출하면 남은 탄소예산은 이틀도 되지 않았다.



옥스팜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이 하위 40%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국가 내 모든 인구 집단이 관여하는 참여형 방식을 통해 불평등 완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계획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상위 1% 부유층을 대상으로 영구적인 누진 소득세 및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투자로 얻은 부와 개인 및 법인 소득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추가로 적용하고, 나아가 전용기, 대형 요트 등 사치품에 90% 이상의 징벌적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세계 상위 1% 부유층 소득에 60%의 세금을 적용하면 2019년 영국의 총 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옥스팜의 설명이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슈퍼리치들은 우리 지구를 마치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기고, 쾌락과 이익을 위해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며 “개인 전용기, 대형 요트 등의 사치품은 과잉의 상징일뿐 아니라 인류와 지구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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