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과자 먹인 ‘학폭’ 경징계 의혹…가해 자녀 둔 시의원 제명하라”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의회 청사 정문 앞 인도에 학교 폭력에 가담한 자녀를 둔 시의원의 사퇴와 제명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김기성 기자

자녀가 학교폭력(학폭)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경기도 성남시의회 이영경 시의원의 사퇴와 제명을 촉구하는 ‘근조화환 시위’가 성남시의회 앞에서 열렸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학폭이 벌어진 분당 한 초등학교에서도 분노한 학부모들이 120여개의 근조화환을 보내 같은 시위를 벌였다.

28일 오전 성남시의회 정문 옆 인도에는 이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 50여개가 늘어섰다. 근조화환에는 ‘학폭 시의원은 사퇴하라’, ‘학폭 부모가 시를 대표한다니’, ‘성남시의회는 즉각 제명 착수하라’는 등의 글귀가 주를 이뤘다. 이런 근조화환은 주민과 온라인 육아카페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성남시의회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의원의 제명을 촉구했다.

분당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ㄱ학생 등 동급생 4명은 올해 4~6월 같은 반 ㄴ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질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 회부됐다. ㄱ학생 등은 ㄴ학생을 공원으로 불러내 모래를 섞은 과자를 강제로 먹이고, ㄴ학생의 집에서 게임 벌칙 수행 등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는 등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흉기로 위협하는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은 지난달 학폭심의위를 열어 가해 학생 4명 가운데 ㄱ학생 등 2명에게 서면 사과와 학급 교체를, 가담 정도가 덜한 2명에게 서면 사과와 봉사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에 ㄱ학생의 어머니이자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영경 시의원은 지난 17일 “부모 된 도리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며 공개 사과하고 탈당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28일 오전 ‘근조화환 시위’가 벌어진 성남시의회 정문 앞 인도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어머니인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그러나 성남지역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가볍다’, ‘가해 학생 부모인 시의원은 사퇴·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당 지역 육아카페에서도 가해자 엄벌과 이 시의원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학부모 60여명은 29일 오후 3시 이 시의원이 현재 위원장을 맡은 한 중학교 학교운영위원회를 방청한다. 이들은 ‘이 시의원의 위원장 직위 해임안을 상정해 처리해달라’고 학운위에 요구하고 있다. 또 피해 아동에 대한 응원과 학폭 근절, 이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리본을 달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은 오픈 카톡방도 개설했다. 해당 카톡방은 만들어진 지 8일 만에 780여명이 가입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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