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7개국 외무장관 공동성명 "UNRWA 면책권 유지해야"
이달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공습으로부터 대피한 레바논 피란민들이 베이루트 남부 시블린 마을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용하는 직업 훈련소에서 머물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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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해 7개 나라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하는 이스라엘 법안 초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이 단체의 구호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돼 인도주의적 재앙에 불을 지필 것이란 비난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의 외무장관은 27일 공동 성명을 통해 UNRWA의 활동을 제한하는 어떠한 조치도 "이미 위급하고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인도주의 상황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들은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UNRWA의 예비 특권과 면책권을 그대로 유지하며 모든 형태의 완전하고 신속하며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지원을 촉진하는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있는 유엔 학교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후 핏자국이 흥건하게 남아 있다. 이스라엘군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 내에 하마스 근거지가 있다며 이를 정밀 타격해 최소 3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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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법안은 UNRWA가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결과적으로 이들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접근 통로가 막혀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28일 이스라엘 의회에서 동계 회기가 재개되면 논의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법안 통과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3개월 후 발효된다.
유엔 기관인 UNRWA는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공격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 대한 공세를 시작한 이래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다른 우익 정치인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아왔다. UNRWA 직원 12명 정도가 하마스의 공격에 연루됐고 이 단체가 오히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영속시키고 있다"는 것. 올해 초에는 이스라엘 극우 활동가들이 동예루살렘의 UNRWA 본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UNRWA는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에 있는 5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담당하는 주요 유엔 기관으로 직원이 1만3000명에 달한다. 유엔이 내부 조사에 착수한 후 UNRWA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 9명을 해고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1년을 맞이한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모습이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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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RWA는 이달 초부터 가자 북부에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달 대규모 공세를 시작한 이후 식량 공급을 심각하게 제한해 구호기관들의 경각심도 높아졌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번 달 UNRWA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이미 완전한 재앙에 더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가자지구는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의 공세로 인해 사실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됐다. 전체 인구 230만명의 약 90%가 집에서 쫓겨나 난민이 됐다. 지금까지 4만3000명이 사망했고 질병이 창궐하며 기근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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