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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측근 김영복이 北 파병군 총책”… 우크라, 드론 공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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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군단’ 쿠르스크서 전투 임박

조선일보

지난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 기지를 시찰했을 당시 김영복(김 위원장 바로 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다. 최근 김영복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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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복은 최근 김정은의 공개 행보에 동행한 측근으로, 2016년 ‘폭풍군단’ 군단장을 지냈다. 김영복은 현지에서 일종의 고위급 관리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1만명가량의 병력을 지속·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교도통신은 2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복이 러시아에 입국한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이달 24일 시점에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작성한 북한군 파병 부대 간부 명단을 입수했는데, 그 명단 가장 위에 김영복의 이름이 있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김정은이 군부 측근에게 파견부대 수장 역할을 맡긴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려는 태세를 분명히 해 러·북의 군사적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작전권이 없는 북한에 책임 있는 ‘부대 관리자’ 역할을 맡긴 것”이라며 “1만여 명 규모의 병력을 보내면 이에 걸맞은 역할과 편제가 주어질 텐데, 사상자를 계속 보충하면서 일정한 병력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상자 보충을 위해 북한의 추가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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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만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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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 사망률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는 드론 기술이 매우 발달했는데, 특히 개활지인 쿠르스크 전선 특징상 북한군이 드론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군이 자체 장비를 이용해 열 감지를 피한다 하더라도 막사에 서식하는 ‘쥐’를 통해 장소가 노출되고,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이번에 파병된 북한 병사들 모습이 10대~20대로 추정돼 최정예 부대가 아닐 수 있다며 “앳된 얼굴의 북한 군인들은 한 번도 북한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WSJ는 한국의 산악 지형 침투 훈련을 받은 북한 병사들이 넓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역량을 보여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관련 정보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군이 지난달부터 러시아 극동 세르게예프카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는 2009년 말 러시아군 개편 과정에서 폐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에 가까운 입지와 큰 규모 덕분에 북한군 훈련 기지로 부활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또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전투 방식과 지휘·통신 체계를 배우기 위해 러시아군과 함께 훈련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군과 훈련하는 러시아군 부대는 ‘제127 차량화소총사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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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텔레그램에 게시된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중인 북한군 영상의 한 장면.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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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매체들도 세르게예프카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내놓고 있다. 친러 텔레그램 계정 ‘Z작전-군사특파원’은 26일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과 대화할 수 있게 만든 지침서를 입수했다”며 이 중 일부를 공개했다. 북한군에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우크라이나어와 한국어로 함께 적고, 이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표기해 놓은 일종의 ‘문구집(phrase book)’이다. 대표적으로 “무기 버려!”를 우크라이나어(Кинь зброю!)와 함께 우크라이나 알파벳으로 발음(Мугi порьо!)을 적어놨다. 이 밖에 “임무가 뭐야” “배고파?” “거짓말하지 마” “우크라이나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고 있어” 등 총 60개의 표현이 실렸다. 다만 이 문서가 진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군 내에 북한군 파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하다는 정보도 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은 25일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협력을 위해 북한 장병 30명(소대병력)당 통역관 1명과 러시아군 3명을 배치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당장 병력이 부족한 판에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보총국은 또 “러시아 군인들은 북한군을 비공식적으로 ‘K대대’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 명칭이 다소 경멸적인 의미를 띤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 제18해병여단 장병은 북한군 지원을 위해 자국 병력이 파견되는 데 불만을 드러내며 “빌어먹을 중국놈들”이라는 욕설도 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전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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