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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비즈 칼럼] 정치 휘둘리는 공공부문 거버넌스, 이제는 개편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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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에서 발표한 ‘기업 거버넌스’ 평가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8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정부·공공 거버넌스와 규제기관 분야는 과거보다 2단계나 순위가 하락하면서, 공공부문의 문제를 포함한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가장 취약한 분야는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정작 정부가 지배주주로 있는 공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해결할 어떠한 의지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공기업을 포함한 주요한 공공기관들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의 정책적 수단으로만 전락하고 있다. 매번 선거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해당 정부의 입김에 맞는 정책만 강요당하다가 다음 정권에서 감사받기 일쑤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예산은 작년 기준 약 918조원으로, GDP의 41%, 국가 예산의 1.4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매번 국가 채무는 항상 50% 내외로 가장 건전한 것처럼 발표되지만,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하여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가격 규제, 이윤규제 등으로 재무적 위험은 가중되고 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은 손발이 묶인 채 정부정책을 구현하는 제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상장 공기업에 더 큰 문제가 된다. 시장의 감시를 받으면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라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후진적인 평가 기준에 의해 관리·감독 당하고 있다. 원가도 반영하지 못하는 소매가격 인상 억제로 인하여 자산가치 훼손이 심각하며,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된 7개 공기업 중 일부 기업의 주가는 자산가치의 20~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제는 공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새로 도입되는 ‘주주가치 제고’ 항목을 보다 본질적인 국제적 자본시장 기준과 평가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보기에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장평가를 반영해야 한다. 적자가 수십조 원인 공기업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총체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상장 공기업이 사회적 본연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원칙적인 원가연동제를 정착하여 건전한 재무구조를 회복하고, 시장의 질서에 맞는 거버넌스 구조개편도 조속히 실행하여야 한다. 더는 미래 세대에 더 큰 짐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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