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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서울대생도 먹은 ‘벽에 붙인 바나나’… 美 경매 낙찰 예상가 2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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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이브닝 경매 언론시사회에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코미디언'이 전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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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미국 뉴욕에서 진행되는 경매에 부쳐질 전망이다.

26일(현지 시각)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오는 11월 20일 뉴욕 경매업체 소더비 본사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이번에 경매에 부쳐진 코미디언은 이미 한차례 판매됐던 작품이다. 코미디언은 총 세 점으로 만들어졌는데, 세 점 모두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팔렸다. 두 점은 개인 수집가에게 각각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 팔렸고, 나머지 한 점의 판매가는 비밀에 부쳐졌으나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것은 이 세 점 중 하나로, 판매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예상 판매가는 약 100만 달러(약 14억원)에서 최대 150만 달러(약 20억원)로 추정된다.

코미디언 작품은 덕트 테이프 한 롤, 바나나 한 개와 더불어 진품 인증서, 그리고 작품 설치를 위한 공식 안내서로 구성됐다. 당초 코미디언은 바나나라는 사물 자체가 아니라 ‘바나나를 벽에 붙였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개념미술이기 때문에, 낙찰자는 테이프와 바나나 모두 새 것으로 제공받을 예정이다. 소더비 관계자는 “’코미디언’은 개념적인 예술작품이며, 실제 물리적 재료는 모든 전시마다 교체된다”고 했다.

코미디언은 하얀 벽면에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작품으로, 미술 시장 현실을 조롱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평범한 바나나를 예술 작품이라고 선보인 이 작품의 가치를 두고 논쟁이 일기도 하지만, 일부 평론가는 이 작품이 과거 소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했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에서부터 이어지는 개념예술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본다.

소더비의 현대미술 책임자 데이비드 칼페린은 “코미디언은 혁신적이고 대담한 걸작”이라며 “심오한 비판적 사고와 파괴적인 재치가 균형을 이룬 이 작품은 예술가와 우리 세대를 정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미디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작품의 본질적인 개념적 아이디어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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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떼먹은 서울대생(왼쪽)과, 데이비드 다투나. /K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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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코미디언은 작년 국내 리움미술관에서도 전시된 적 있는데, 당시 한 서울대생이 이 작품을 떼먹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미술관과 카텔란 모두 이 학생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으나, 온라인상에서는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 작품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다. 이 학생은 이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카텔란의 작품은 권위에 대한 반항이다. 반항에 대한 또 다른 반항을 해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CNN은 이번 경매 관련 보도를 하면서 이 서울대생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비슷한 소동은 2019년에도 있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 첫 전시 때였는데, 당시 미국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가 바나나를 떼어내 먹었다. 당시에도 아트바젤과 카텔란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되레 온라인상에서 코미디언을 희화화하는 인터넷 밈이 쏟아지는 등 화제를 모았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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