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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사설] ‘억지로 짜내는’ 노인 일자리 2조원, ‘퇴직자 재고용’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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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개별 기업에선 숙련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정부도 계속고용 근로자에 대해 1인당 월 3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로워 연간 수혜자가 8000명도 안된다. 반면 정부는 매년 노인일자리 100만개를 만드는데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노인복지관에 붙어 있는 노인 일자리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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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가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의 논의에 착수했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일률적 정년 연장에 반대한다”며 직무급 도입 등을 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연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나 노사 간 의견차가 워낙 커 진통이 예상된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국민연금 수령 시점이 연령대별로 65세까지 늦춰지게 돼있어 60세 정년을 맞으면 최대 5년의 ‘소득 절벽’이 발생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건강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 60세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신중년층’이 많아진 것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근속 연한이 올라갈수록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 체계를 그냥 놓아두고 정년만 늘리면 고용주 부담이 과중하게 늘어나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려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법정 정년 연장 해법이 나올 때까지 고령자 고용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일부 기업들은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년을 맞은 핵심 인력을 퇴직 후 재고용하고 있다. 정부도 2020년부터 퇴직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기업에 최장 3년간 1인당 월 30만원씩 총 1080만원의 ‘계속고용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실적이 부진하다. 지난해 이 장려금을 받은 재고용 근로자는 7888명뿐이었고, 정부 지원 총액도 284억원에 그쳤다.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퇴직자 전원을 재고용해야 하고, 최소 근속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업이 희망자 중 일부만 선별해 재고용해도 장려금을 주는 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금액도 올려서 ‘퇴직 후 재고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령자 생계비 지원 목적으로 ‘노인 일자리 연 100만 개 만들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학교 앞 길 안내같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짜내는 일이 적지 않지만, 연간 2조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런 데 쓸 예산을 ‘퇴직 후 재고용’ 용도로 전환하면 훨씬 더 생산적이고, 법정 정년 연장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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