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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김광진의 남산공방] 전략사령부 출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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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 10월1일 건군 76주년을 맞이하며 전략사령부가 창설됐다. 국방부는 전략사령부가 한미 핵협의 그룹(NCG)과 연계해 핵재래식 통합 작전개념과 방안을 발전시키고, 우주, 사이버, 전자기파 등 신영역에서의 전투 발전을 주도할 것이란 구상도 나왔다.




전략사령부는 특히 핵무기 대응에 대해서 큰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언론 보도 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합참 전략기획본부 소속의 북한 핵·미사일 담당과를 핵WMD 대응센터로 확대 편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렇게 탄생한 핵WMD 대응센터로부터 이제 2024년에는 전략사령부까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핵재래식 통합(CNI)의 한국측 채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미국의 상대 채널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될 것인데, 1946년 전략공군사령부에서 시작된 조직이다. 그 당시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수단은 장거리 폭격기밖에 없었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략폭격을 수행했던 유럽과 일본의 폭격기 부대를 합쳐 사령부가 창설됐다.

그렇게 시작된 전략공군사령부는 핵무기 운용을 전담했지만, 사령부 출범 초기 핵무기의 통제는 후일 미국의 에너지부가 되는 미국원자력위원회(AEI)가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트루만 대통령이 핵무기의 군사적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핵무기의 평시 민간 통제를 제도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미국의 전략공군사령부가 핵무기가 아닌 핵 운반수단만 통제했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냉전 시대 전략공군사령부의 위상은 핵무기 보유 그 자체보다는 핵 표적 계획을 책임졌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전략공군사령부는 비록 공군 소속이었지만, 사실상 미국 합참으로부터 자율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갖고 단일통합작전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SIOP)이라는 핵 표적 계획을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냉전이 끝난 후 공군에서 합동군 사령부로 전환되면서 명칭도 전략사령부로 변화됐다.

이와 같은 역사는 미국 전략사령부는 핵무기 통제도 수행하지만, 핵 운반수단의 운용과 핵 표적 개발 등 작전계획 임무를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출범한 한국의 전략사령부가 미국과 핵재래식 통합 작전 발전을 위해 미국 전략사령부와 협조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사실 한미 정상간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한국의 재래식 능력과 미국의 핵 능력을 결합하여 북한 핵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략사령부를 상대할 한측 전담 조직이 필요했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우리 전략사령부의 성공 관건은 미국 전략사령부와의 실효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전략사령부에게 미국이 동맹국에게 시행할 핵 작전 교육의 창구 역할이 됐으면 한다. 냉전 시절 미국은 유럽의 비핵 동맹국들에게 핵기획그룹(NPG)을 통해 핵 작전 개념을 성공적으로 교육한 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전략사령부가 미국 핵 작전 교육의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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