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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가장 훌륭한 여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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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재원]
베이비뉴스

태국 방콕.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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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작가인 나에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답을 합니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주는 활력을 잊지 못해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다른 공간, 다른 언어, 다른 기후, 다른 사람, 다른 음식, 다른 시차, 다른 문화, 다른 분위기에 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의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곤 합니다. 흔히 먹던 소박한 음식들, 사람과 환경에 치여 피곤에 절어있던 나의 모습, 그런 나를 말없이 품어주던 다정한 이웃들, 크고 작은 고민들에 술잔을 나누어주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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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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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행을 가고서야 비로소 깨어나는 감성들이 있습니다. 일상의 공간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지만 미처 보이지도 깨닫지도 못했던 것들이 존재합니다. 여행이 주는 특별한 깨달음을 통해 그동안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나의 삶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여행지에 가면 빡빡한 스케줄을 통해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일상에서는 분 단위 초 단위까지 일정을 정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하나씩 이뤄나갈 때 그 내용을 지워가는데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지만 여행지에서는 한정 없이 게으르게 지내는 편입니다. 저는 그것이 새로운 것들을 억지로 집어 넣으려는 행위보다 더욱 의미가 있다고 여겨서 여행지에 가면 별다른 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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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도톤보리.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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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커피를 마시며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보거나, 바람을 쐬며 낯선 도시를 목적 없이 그저 걷거나, 경치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앉아 멍을 때리거나 미뤄뒀던 책을 몰아서 읽거나, 평소에는 비싸서 못 먹었을 음식을 양껏 먹거나, 하루 종일 음악을 듣거나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회복이 되더라고요. 마음속에 남아있던 사람들에 대한 오해나 서운함 같은 것들도 증발하고요. 그러다 보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고 일상의 활력이 차오르는 걸 느낍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 삶을 충만하게 해준다면 괜스레 여행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왔느냐?'는 주변의 핀잔이나 왠지 분주하게 보내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마음에도 없는 일정을 마구 넣었다면 다 들어내는 것을 권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오는 것이니까요. 그런 불편한 마음은 굳이 갖지 마시고 나에게 가장 최적화된 일정대로 여행을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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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스페인 광장.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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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제주에 이주해온 이후로는 여행의 욕구가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여행을 굳이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여행이 주는 감성을 충분히 느끼고 살기 때문인데요.

만약 여러분들의 일상도 저와 비슷하다면 굳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면서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혹여라도 여행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에 조금 의문을 갖고 있었거나 여행이 주는 행복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여행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스스로 뭔가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번 칼럼이 아주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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