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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로봇이 온다

걸어온 로봇이 저절로 입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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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AIST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이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선수가 탄 휠체어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이 로봇은 착용자에게 안기는 형태로 결합한다. [사진 KAIST,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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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걷는 방법이 잘 생각이 안 났었는데, (로봇을) 입고 몇 걸음 걸으니 상체의 진동이 느껴지면서 ‘아, 내가 이렇게 걸었었구나’ 생각이 났어요. 비록 배꼽 밑으로는 감각이 없어도요.”

교통사고로 하반신에 감각을 잃은 지 7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웨어러블(입는· wearable) 로봇과 한 몸이 된 채였다. 그동안 의지해 온 지팡이(클러치)는 그저 거들 뿐, 한 발씩 내디디며 걸어나갔다. 오는 27일 사이배슬론(사이보그 올림픽·장애인들이 로봇 등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활용해 겨루는 경기) 출전을 앞둔 김승환 선수는 “비장애인과 눈을 맞추며 걸을 수 있다니,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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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철(사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24일 대전시 대덕구에 있는 사이배슬론 2024 아시아 허브에서 웨어러블 로봇 신제품 ‘워크온슈트 F1(WalkON Suit F1)’ 시연회를 열었다. 워크온슈트는 공 교수팀이 2015년부터 연구해 온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공 교수는 2016년 첫 번째 버전인 워크온슈트1을 발표한 이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왔다. 2020년 공개한 워크온슈트4는 보행속도를 비장애인의 보행 수준인 시속 3.2㎞까지 끌어올렸다.

신제품 워크온슈트 F1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로봇을 입고 벗는 전체 과정을 타인의 도움 없이 장애인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만들었다. 공 교수는 “로봇을 입기만 하면 잘 걸을 수 있는데, 착용까지 많은 힘과 에너지가 든다.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로봇을 착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신념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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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선수가 24일 ‘워크 온 슈트 F1’을 입고 스스로 일어나 걷는 모습. [사진 KAIST,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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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온슈트 F1은 하반신 마비 상태인 착용자가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로봇을 바로 착용할 수 있게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착용 전 워크온슈트 F1은 마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스스로 걸어와 착용자 앞에 선다. 착용자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휠체어에서 본인의 발부터 로봇에 도킹(결합)한다. 이후 로봇이 전면부로 내려와서 착용자에게 안기는 형태로 착용하게 된다. 착용 시 로봇을 잘못 밀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로봇이 무게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워크온슈트 F1은 균형 제어 성능도 개선했다. 고급 모션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1초에 1000번 계산해 균형을 잡는다. 직립 상태에서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박정수 팀장은 “로봇 자체 무게 50㎏과 착용자의 몸무게 등을 계산하면 가반하중(로봇이 들어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이 최소 100㎏은 거뜬히 넘는다. 강력한 구동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핵심부품인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은 협력업체인 엔젤로보틱스와 협업해 전부 국산화했다.

2020년 제2회 사이배슬론에서 금메달을 땄던 공 교수팀은 오는 27일 열리는 사이배슬론에 워크온슈트 F1을 입고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워크온슈트 F1의 상용화에 대해 “수요층이 있는지, 또 사업적인 고리가 만들어지는지가 관건인데, 그 관점에서 일반 판매용보다 장애인들의 전문적인 스포츠 활동 등으로 풀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대전=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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