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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사설]‘해병대’ 수사 방해하려고 공수처 인사 질질 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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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지난 5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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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들의 임기가 곧 만료되는데도 연임 결재를 안 하고 있다. 이들이 연임되지 않으면 수사팀에 검사 1명만 남게 돼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해진다. 윤 대통령은 앞서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고 했는데, 정작 공수처 수사는 방해하는 건가.



공수처는 지난 8월13일 이대환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영선·최문정 검사의 연임을 대통령실에 제청했다. 이들은 임기(10월27일) 만료 전 연임이 재가되지 않으면 자동 사직 처리된다. 이 부장과 차 기획관은 해병대 사건을 맡고 있다. 이 사건 수사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일찌감치 윤 대통령에게 연임을 제청한 것이다. 그런데 두달이 넘도록 윤 대통령이 결재를 안 하는 바람에 수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수사팀의 리더 격인 부장검사와 수사기획관이 빠지면 수사는 불가능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해병대 수사는 대통령실 앞에서 멈춘 상태다.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는 물론이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신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의 신규 채용도 결재를 안 하고 있다. 반면, 지난달 사표를 낸 검사에 대해선 닷새 만에 수리했다. 공수처를 고사시키려고 작정한 듯하다. 현 정권의 공수처 압박은 예산 삭감에서도 두드러진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수처의 수사 관련 예산은 14억3천만원으로, 올해보다 2억8950만원(17%) 줄었다. 검찰의 내년도 수사 예산이 수사권 조정으로 기능과 역할이 축소됐는데도 올해보다 43억원(3.6%) 증액된 것과 대조적이다.



윤석열 정권이 공수처를 무력화하려는 이유는 해병대 사건 외에도 ‘김건희 공천 개입’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수사가 줄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수처가 제 기능만 하면 하나같이 현 정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이다. 공수처는 올 초 퇴임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4개월 넘게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었다. 여권이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김태규 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후임으로 임명하려고 무리수를 두다 벌어진 일이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지금 윤 대통령이 공수처 인사를 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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