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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평균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이 30.6%로 가장 높았다. 이는 메타(인스타그램·페이스북 포함 6.9%)나 네이버·카카오(각각 2.9%, 1.1%)에 비해 크게 앞선다.
이처럼 구글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지만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게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티빙 등 OTT 사업자들 역시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법인인 구글코리아의 경우, 매출·영업이익을 실제보다 축소 신고해 법인세를 줄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업계에선 구글의 트래픽 비중과 추정매출 등을 감안할 때 내야할 적정 망사용료를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구글 측은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유튜브 등으로 65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공시했고 이에 따른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한국재무관리학회는 플랫폼 이용 시간, 광고 검색 등을 토대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을 추정할 경우 최대 12조1350억원에 달하며 법인세는 6229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내 일평균 트래픽 점유율 1~2%를 오가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간 700억에서 최대 1000억원 상당의 망사용료를 내는 만큼, 구글이 내야할 2000억원이라는 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배짱, 믿는 구석 있다?
망사용료 미지급, 인앱결제 강제 금지 불복, 법인세 회피 의혹 등 한국에서 '배짱장사'를 하고 있는 구글의 이면엔 '미국의 통상압력 같은 대외적 요인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면적으로 구글이 '망중립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미국의 무역보호 조치를 신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4 국가별 무역장벽 연차보고서'를 통해 한국 IT제도를 비판했다. 보고서에선 글로벌 CP가 ISP에게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정책에 대해 "(망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한국 ISP의 과정을 심화시키는 반경쟁적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21년 세계 최초로 시행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새로운 디지털 무역장벽'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지난 9월엔 '한국의 법·규제로 미국 디지털 기업이 규제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관세 보복 등으로 대응을 요구한다'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의 캐럴 밀러 하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이 하원에 제출한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은 '한국이 미국 온라인 및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하거나 사후 추정해 차별적인 규제를 부과할 경우 30일 이내 미국 플랫폼 기업 및 미국 통상에 대한 영향, 무역협정 위반 여부 등을 의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법안은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상무부 장관에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제소 ▲무역법 301조 조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분쟁 해결 ▲피해 경감을 위한 한국과의 협정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의 경우, 미국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을 제한하기 위해 다른 국가를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CP와 국내 통신사 등 ISP간의 협상력 불균형 문제도 구글의 버티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유튜브의 영상 품질이 떨어질 경우,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ISP를 변경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수 년간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글로벌 CP가 ISP보다 협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다.
EU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냈다. 지난해 리사퍼 유럽통신사협회(ETNO) 사무총장은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 절반 가량을 소수 빅테크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창출된 가치 대부분을 망 투자한 통신사 대신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한 기업이 향유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입법기관 개입해야"…해외 사례는?
빅테크에 대한 망사용료 지불 요구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하는 추세다. 글로벌 사업자라는 이유로 관련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정부와 입법기관이 개입하는 형태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구글 등 글로벌 CP의 데이터 전송방식도 전 세계로 보내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직접 설치·운영함에 따라 통신사 망끼리 연결되던 당시 적용했던 망중립성 원칙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CP의 CDN이 로컬 통신망과 연결되는 만큼, 대규모 트래픽 발생으로 추가되는 망 투자 등의 부담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망사용료 분담을 두고 CP와 ISP간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신사들이 승소를 거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엔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이 메타와 망 이용대가 소송에서 승소했고 이에 앞서 2015년 프랑스에선 오렌지텔레콤이 코젠트와의 분쟁에서 이기며 망 증설비용 부담을 해소한 바 있다.
법제화 추진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2년 넘게 망사용료 분쟁조정 기관을 설립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며, 남미에서도 관련 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부가통신사업자가 망 이용계약을 맺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8월 이해민(조국혁신당)·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25인이 발의한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위원회 심사중인 상태이며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구글 등 대형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의 망 이용계약 및 정당한 대가 지불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지난 2020년부터 발의됐던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회기를 넘어 꾸준히 폐기됐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법제화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망 무임승차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번이나 발의됐지만,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엔 협상력 불균형 문제를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로 인식했으나 점차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시장실패)하는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런 시장실패는 적절한 정부 개입을 통해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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