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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사설] “상대 무시·제거하면 정치 아닌 싸움” 이 대표의 유체이탈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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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윤덕·운건영 의원과 공동 개최한 '다큐멘터리 1923 간토대학살 사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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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 대해 “정치가 뒷골목의 패싸움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대를 제거하거나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면 이는 정치가 아닌 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치 복원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여권의 내부 분열을 지적하는 발언이지만 적어도 이 대표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 대표는 170석의 거대 야당을 이끌며 입법 권력을 쥐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탄핵이나 정권 퇴진을 공공연히 주장했다. 취임 직후에 무슨 법을 위반했다고 탄핵인가. 이 이상으로 상대를 제거하고 무시하는 일이 어디에 있겠나. 지금은 이 대표 스스로 “선거를 기다릴 정도가 못 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구체적 법 위반 사실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대통령 탄핵과 제거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당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상대를 제거하거나 존재를 무시하는’ 일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 소추하더니 돌연 오래전 사건과 관련된 검사를 탄핵 소추했다. 검사 탄핵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을 위협하려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두 헌재에서 기각됐다. 방통위원장을 탄핵안으로 사퇴시키더니 그 방통위원장의 후임은 임명되자마자 탄핵 소추했다. 이 정도면 상대 무시 제거가 아니라 말살이다. 민주당은 이 밖에 현직 검사 4명도 탄핵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권력을 행사할 때는 정말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며 권력의 절제를 요구했다. 국민이 부여한 입법 권력을 자기 개인 비리 방탄에 남용하면서 공직자들을 마구잡이로 탄핵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입법에서도 상대인 국민의힘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다음 달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에 대한 1심 선고가 다가오자 국회에선 연일 토론회 방탄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 대표 무죄를 위해 법원과 검찰을 협박하고 회유하는 사설 로펌으로 전락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낮은 지지율에도 부산과 인천 강화에서 패했다.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부터 상대를 무시하고 제거하려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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