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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기자의 시각] 법원장에게 고맙다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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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 국정감사. 오후 시간대 첫 질의자로 나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하자마자 대뜸 이상주 수원고법원장을 찾았다. 서 의원은 “법원장님 저 아시죠. 고법원장님이 귀한 판단을 해주셔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습니다. 맞지요”라고 물었고, 이 법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평가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그러자 서 의원도 소리 내 웃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6년 서 의원이 기소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20대 총선에 출마한 서 의원은 거리 유세 중 상대 후보에 대해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한다”는 허위 사실을 말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은 “허위는 맞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때 항소심 재판장이 이상주 법원장이었다. 법원의 업무를 감독∙검사하는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피감 기관장에게 자신을 재판하고 무죄 판결을 내려줘 고맙다고 인사를 한 셈이다.

서 의원은 과거에도 사사로운 인연을 내세워 판사에게 접근을 했다. 그는 2015년 의원실로 국회 파견 판사를 불러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원이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 청탁은 법원행정처로 전달돼 ‘서영교 사건 민원 개요’라는 보고서로 만들어졌고, 임종헌 당시 행정처 차장은 해당 사건 1심 법원장과 재판장에게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유사 범죄 전과가 있는 서 의원 지인의 아들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 의원은 ‘재판 청탁’ 의혹을 부인했지만, 임 전 차장의 사법 행정권 남용 재판에서 청탁 자체는 사실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 전 차장이 (청탁 관련) 요구를 담당 판사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재판 청탁의 정황이 드러났지만, 서 의원은 별다른 징계나 제재, 처벌을 받지 않았다. 서 의원의 재판 청탁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의 관행적인 문제”라고만 했다.

개인적인 인연을 내세워 재판에 개입하려 한 당사자가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으로서 검찰과 법원을 감독하는 모습은 이질적이다. 서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도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법원이 올곧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해주겠느냐”고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말했다. ‘이재명 방탄’을 위해 담당 재판부가 소속된 법원장에게 민원을 넣는 것처럼 보였다. 김 법원장은 “권력과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히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들은 다음 달 선고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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