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 전 부의장은 6선 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MB 정부 당시 '실세'로 불렸다.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35년생인 고인은 포항 동지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캠벨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전 부의장은 1961년 코오롱 1기 공채사원으로 입사해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전문경영인이었다. 기업을 떠나 1988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13대 국회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고향에서 내리 6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 기간에 국회 운영위원장, 재정경제위원장, 한일의원연맹 회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국회와 당에서 주요 당직을 두루 거쳤다. 17대 국회에서는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동생인 이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는 막후 실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모든 게 형으로 통한다'는 '만사형통'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정권 실세로 통했고 부침도 겪었다. 저축은행 비리로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 구속됐고 2019년에 또다시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빈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고인이) 기업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많은 일을 했다"며 "권력 관계를 떠나서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어릴 때 참 힘들었지만 항상 내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며 조언했다"면서 "그래서 늦게라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할 때도 고인에게서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정치를 해보니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며 "겸손하게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고 했고, 나 역시 그렇게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어제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와서 귀에 대고 '의지를 가지라'고 얘기했는데, 잘 안 전해졌던 모양"이라며 "천국에 가서 어렵게 사시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기쁘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빈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권성동·윤한홍·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정·관·재계 인사가 다녀갔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신자 씨와 자녀 이지형·이성은·이지은 씨, 며느리 조재희 씨, 사위 구본천·오정석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0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 선교관.
[김명환 기자 / 박자경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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