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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기자수첩] 中 유령업체로 홍역 앓는 쿠팡, 신뢰 잃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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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금요일만 되면 악의적인 상품 매칭이 심해져 직원들은 물론 외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까지 구해서 신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중국 유령 업체의 아이템 매칭 피해 관련 취재 과정에서 한 쿠팡 입점 판매자(셀러)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며 한 말이다.

다른 다수의 판매자에게서도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판매자도 있었다.

아이템 매칭이란 쿠팡의 ‘아이템 위너’라는 제도에 따라 여러 상품이 하나로 묶여 자사 판매자의 제품이 우선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뜻한다.

아이템 위너에 선정되지 못한 판매자의 경우 소비자가 별도로 상품 페이지에 들어가 주문을 하지 않으면 주문이 끊기는 탓에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

배송 조건이나 가격 등을 놓고 판매자 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쿠팡의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판매자의 유령업체가 끼어들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존 판매자들의 상품 이미지나 상세페이지를 도용, 상품을 등록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일으키면서 아이템 위너에 선정되더라도 품절 등의 이유로 상품을 보내주지 않는 탓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중국 업체로부터 가품(짝퉁)을 받았다는 게시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쿠팡은 이러한 중국 업체의 행태에 대해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다수의 판매자가 쿠팡에 입점해 상품을 파는 오픈마켓의 경우 주문 건에 대한 수수료로 매출이 난다. 그래서 주문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쿠팡 매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쿠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판매자가 중국 유령 업체의 배후에 쿠팡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쿠팡이 적극적으로 중국 업체를 단속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유령 업체의 악의적인 상품 매칭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로서는 매칭 행위로 이익을 볼 것이 없는데도 상황이 지속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허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쿠팡과 관련해 접수된 지식재산권 침해 신고는 60건에 이른다. 지난해 접수된 쿠팡에서 벌어진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신고가 모두 126건이니 불과 3개월 만에 작년 절반 수준의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쿠팡을 믿고 상품을 주문한 소비자에게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에서 주문한 물건이 지속해서 정상 배송되지 않거나 가품이 배송될 경우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 데이를 열면서 자사의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 기술을 공개했다. 쿠팡은 “혁신은 쿠팡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며 “고객의 쇼핑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자들은 쿠팡이 중국 업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쿠팡이 중국 유령업체로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소비자와 판매자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기술을 통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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