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회로부터 영구 분리해야”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김레아. /수원지검 |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26)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23일 오후 김레아에 대한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분리시켜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보호함과 동시에 유족에게 사죄하도록 보는 게 마땅하다고 볼 것”이라며 검찰 구형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형 집행 후 5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김레아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 화성시 봉담읍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A씨와 그의 어머니 B씨에게 과도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 전치 10주 이상의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는다. 김레아는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레아는 A씨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A씨를 같은 대학에서 만난 김레아는 평소 A씨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며 남자 관계를 의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평소 “이별하게 되면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레아는 A씨와 다투던 중 휴대전화를 던져 망가뜨리거나, 주먹으로 팔을 때려 큰 멍이 들게 하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혼자 힘으로 김레아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어머니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김레아는 사건 피해자들에게 과도를 무차별로 휘두르며, “내 것이 아니면 죽어야 해”라고 소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부는 약 30분 동안 김레아의 범죄 혐의와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설명했다. 이날 쑥색 수의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채 법정에 나선 김레아는 선고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 바닥을 바라봤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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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레아 측은 과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상황이었고, 범행 직전 소주와 두통약을 복용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또 피해자의 모친이 먼저 과도를 집어 들었으며, 이를 빼앗아 우발적으로 범행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밖으로 나가기 어렵게 안쪽에 앉히고, 과도로 목, 가슴 부위 등을 정확하게 찌르는 등 사물 변별 능력이 미약한 상태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소견에서도 범행 당시 현실 변별능력과 판단력이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모친은 일관되게 ‘칼을 잡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모친이 녹음한 범행 당시 음성파일의 대화 내용과 피의자의 검찰 신문 조서 등을 비춰보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계획 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나가기 어렵도록 위치를 선정하고 범행 도구에 가까이 앉아 있다가 짧은 시간 동안 주저없이 수차례 피해자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뒤 아무런 구호조치를 행하지 않는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 범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모친은 한순간 자녀를 잃게 됐으며, 자신의 딸이 죽어가는 과정을 볼 수밖에 없었던 피해와 분노, 고통을 감히 헤아리기 조차 어렵다”며 “피고인은 수차례 반성하고 있다고 했으나, 피해자 때문에 공격적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한 것, (피해자)모친이 과도를 먼저 들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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